"고교학점제, 대입과는 어떻게 연계되나요?"
학부모 앞 첫 선…지역·학교 간 격차, 실현·지속 가능성에 의문 제기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8일 오후 1시 서울역 인근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정책공감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학부모 90여명이 참석해 교육당국과 현장 교사에게 궁금한 사항을 질의했다.
8일 오후 1시 서울역 인근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공감 토크콘서트에는 비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90여 명이 찾았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교육부 김성근 학교혁신지원실장, 고교학점제 정책연구를 맡은 한국교육개발원 손찬희 연구위원, 고교학점제 전초단계로 서울시의 '개방·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동대부속여고 김용진 교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긴 하지만, 다음 정권인 2025년에 완성되는 만큼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지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성근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자유학기제는 문재인 정부도 이어가고 있으며, 고교학점제도 자유학기제처럼 미래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보수와 진보, 여야 구분없이 안정적으로 교육정책 맥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입시도 관건이다. 대학 서열화가 공고한 상황에서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더라도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위한 수업을 듣거나 사교육을 받는 등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손찬희 연구위원은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평가방식이 바뀌고 학생부 9등급제를 없애고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제 내가 들은 과목으로 평가를 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체제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대입제도 공론화 과정에서 정시를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 교육부 김 실장은 "공론화로 결정된 대입안 테두리 내에서 답을 찾을 예정"이라며 "2025년에 고교학점제 완성된 틀을 갖고 운영되기 때문에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입안은 10년쯤 뒤에 논의될 것이라고 본다. 변화와 미래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 같고, 그 안에서 건강한 대입안이 도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진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소수가 참여하는 학급의 경우 1등은 1등급, 2등은 2등급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형 과정에서 '전교에서 2등'으로 감안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대학입시가 블랙홀처럼 되니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왜곡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경쟁과 서열화를 지양하는 교육으로 변하고 있고, 국내 교육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그렇게 서서히 바꿔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서울 등 대도시는 인적·물적 인프라 여건이 양호하지만 농어촌·산간도서지역은 그렇지 않아 격차가 크고 운영 자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서는 문제에 공감하며 소외지역을 위한 교원정책과 인프라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답을 내놨다.
다른 패널들은 인근 학교와의 연합형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대안으로 내놨다. 조 교육감은 "개별학교가 개설하지 못하면 연합형·거점형으로 폭을 넓혀 수업을 운영하고, 또 연합형 역시 어려운 도서지역은 K-MOOC를 강화하고 교사의 지도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방과후나 토요일 오전 인근 학교 학생들을 모아 진행하는 연합형·거점형 수업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동대부속여고는 음악·미술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꽤 많고, 관련 전문교과를 매년 2개씩 개설하고 있다"면서 "거점형 과정으로 고급수학, 문예창작, 연기 수업을 개설했는데, 인근 학교 학생들도 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설명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학부모도 있었다. 조 교육감은 과목별로 전공과 과목을 디자인 하게 되는 만큼 각 학생들의 진로·미래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사의 진로 상담 역량을 강화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도전과 실패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자기주도성을 비롯해 소통·존중·협업 능력을 길러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고교학점제를 도입에 대비해 교육환경 개선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박숙희 장학관은 "사물함이나 공강시간에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50개 학교에 '꿈담학습카페' 공간을 조성하는 데 지원했다"며 내년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 '개방-연합형 교육과정'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토크콘서트에 앞서 대체로 만족하면서도 보완할 사항을 언급했다.
고덕영(불암고 1학년) 학생은 진로에 맞는 과목을 더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어 수업참여도가 높고 분위기가 향상된다는 점과 함께 문·이과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을 고교학점제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인원 수가 부족해 과목이 개설되지 않거나 기존 교육처럼 평가와 대입준비 위주로 진행될 경우 취지가 무색해지거나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리학 수업을 선택해 만족스러웠다는 김재호(한서고 2) 학생은 "지금 변화 태동기에 있는데, 우리가 이 변화를 포기한다면 우리 교육은 다시 획일화된 지식 위주 교육체계로 갈 것 같다"면서 "학생 이전에 사람으로서 각자의 가치와 색깔을 갖고 있다. 현실적인 고난이 있을 수 있지만, 꾸준히 논의해나가면 내일의 교육이 언젠가 오늘의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고교학점제 정책공감 토크콘서트는 내달 중 열린다. 내년에는 두 달에 한 번 각 지역을 순회 개최하며, 고교생과 학부모, 교사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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