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령인구 100만명 붕괴에도 좋은 학군 집값은 '쑥'…왜?
서울 학령인구, 전년비 4.0%↓…학군 상징 '은마' 6억원↑
학군따라 수요 쏠림…서울 인구 줄어도 집값 뛰는 이유
세대수 증가가 집값 떠받치는 구조…"머잖아 한계 도달"
지난 여름 서울 아파트값 상승시기 이 아파트의 전용 84.43㎡은 지난 9월 초순 20억5000만원(7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9월 같은층이 14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지나치게 가파르다. 부동산 비수기인 11월에 들어서자 이 단지의 호가는 최저 17억2000만원까지 내린 상태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강세다.
준공연도 1979년으로 벌써 불혹에 가까운 이 단지는 한국의 '교육 1번지' 강남 대치 학원가 인근에 자리를 틀고 있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매년 방학철마다 새 집을 찾는 '맹모'(孟母)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아파트값을 떠받치는, 이른바 학군수요다.
하지만 저출산 기조에 우리나라 학령인구는 2015년 755만9000명에서 2020년에는 673만4000명으로 10.9% 감소할 전망이다.
학군으로 대표되는 인구감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1일 교육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2018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학령(유치원~고등학교) 인구는 올해 99만5587명으로 전년 103만7349명보다 4.0% 감소하며 처음 100만명선이 무너졌다.
학령인구 감소는 인구이동통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1년간(2017년 9월~2018년 8월) 서울의 15~19세 인구는 2308명이 순유입됐다. 반면 그 이하 연령대에서는 인구 감소가 가파르다. 10~14세는 3327명이 순유출됐고 5~9세는 이보다 2배 수준인 7927명이 감소했다. 0~4세는 또다시 2배 수준인 1만6545명이 감소했다.
하지만 자치구별로 보면 온도차가 있다.
강남구는 10~14세 기준 같은기간 1182명이 순유입됐다. 인근 서초구(252명), 송파구(5명 순유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세가 덜하다. 양천도 465명이 늘었다.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과 함께 서울 교육 특구로 손꼽히는 중계동이 속한 노원구는 13명 순유입되는데 그쳤으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인구가 학군수요를 쫓아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교육도 마찬가지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서울에 있는 사설학원 1만1954개중 강남이 1744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송파구 1023명, 양천구 1018명, 서초구 835명 순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속성 탓에 "학군도 인프라로 한번 구축되면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서울의 학군 수요는 꿋꿋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가 진행중인 서울에서 '미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도 이 같은 '꾸준한 수요'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서울 인구는 1992년 1093만5230명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중이며 지난 2016년 5월에는 999만5784명으로 '서울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마감했다. 올해도 순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9월 현재 979만3003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세대수가 늘고 있다. 주민등록인구 기준 세대수는 2016년말 418만9839명에서 2017년말 422만82명으로 0.7% 증가했고 올해 10월 현재 425만8518명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공급량이 늘어도 '살고 싶은 집이 없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신규주택 공급량은 7만4000호로 수요 5만5000호 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택건설 준공실적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서울에 준공된 주택 중 거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41.7%에 그쳤다. 서울 주택 수요도 학군 수요처럼 일부지역, 아파트, '똘똘한 한채' 등으로 '쏠림'이 발생하면서 수급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인구와 집값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단 꾸준한 서울 주택 수요로 급격한 붕괴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등 대도시 인구 집중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지방은 이미 '소멸 위기'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중 가임여성인구 감소와 고령자수 증가로 소멸위험이 경고된 지역은 89개로 39.0%에 달한다.
하지만 길게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 상태에 돌입했다. 또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의 문턱을 넘어 '초고령사회'(20% 이상)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를 보면 서울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가구수 증가도 2022년을 정점으로 찍고 내림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어 오는 2030년부터는 총 인구수 감소도 진행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당장은 서울 인구가 감소해도 가구수 증가가 집값을 떠받치고 있지만 머지 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가구수 감소가 본격화하는 시점이 집값이 꺾이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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