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사고 주변 펜션들 "가스 점검? 가스 경보기? 몰랐다"
사고 인근 10곳 확인…"가스경보기 이번에 알아"
"애초에 건축 인허가 할 때 고지하면 좋았을 것"
점검표엔 ''월 1회 비눗물로 점검하나' 항목 뿐
강릉 내 농어촌민박 644개…제2 참사 우려돼
【서울=뉴시스】농어촌 민박 안전관리 실태 점검표.2018.12.20
강원도 강릉시 저동에 있는 H민박 주인 강모(52)씨는 "그동안 가스 안전 점검이 주기적으로 나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안전 점검을 주기적으로 받았다고 밝힌 민박 주인도 더러 있었다. 다만 이들은 '가스 경보기'를 설치해야 할 필요성도 몰랐고, 사고 뉴스를 보고서야 가스 경보기의 개념을 알았다고 전했다.
강원도 강릉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학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농어촌 민박 규정의 허술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일 뉴시스가 사고 펜션 인근 10곳을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가스 경보기 설치 필요성을 알고 있던 업주들은 1명도 없었다.
농어촌 민박은 건축 관련 규정을 제외하고 서비스·안전 기준은 3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식품위생과 숙박위생, 소방안전이다.
식품위생은 주방 청결과 관련된 사안들이며 숙박위생은 침구류 및 시설 청결을 다룬다. 소방안전의 경우 소화기를 수시 점검해 사용이 가능하도록 관리해야 하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구비하는 것이 전부다.
B펜션 운영자 이모(31)씨는 "사고가 난 걸 보고서야 가스 경보기를 설치했다. 건축을 인허가할 때 애초에 고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P펜션 운영자 김모(51)씨도 "가스 경보기를 설치한다는 것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강릉보건소에 따르면 강릉시 내 농어촌 민박은 올해 기준 644개소로 집계됐다. 제대로 된 안전 규정이 갖춰지지 않으면 '제2의 강릉 펜션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강릉시는 농어촌 민박에 대해 시설기준과 안전 검사를 하절기와 동절기로 나눠 1년에 2차례 실시한다. 안전 점검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린 지침에 따라 검사를 시행한다.
안전관리실태 점검표에는 가스 점검을 다룬 별도의 지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 직원이 찾아가 항목별로 "했느냐"고 물어보고 대답만 체크하는 구두 확인 방식이다.
점검표에는 '농어촌 민박 사업자가 안전·서비스 교육을 이수했는가', '주요 시설물 주기적 점검이 이뤄지나', '비상 대피로를 잘 게시했나' 등이 안전관리 체계에 포함돼있다.
화재안전관리 항목에는 '소화기 설치 유무', '소화기 충전량 상태', '소화기 상태', '단독경보형감지기 작동상태', '비상구 설치', '대피로에 장애물이 없는지', '비상조명등 등의 작동상태'를 체크하도록 돼있다.
안전관리 사고에는 '위험시설 안내표지판 설치여부', '콘크리트 구조체 위험 여부', '누전 차단기 설치 및 작동 여부', '비비큐장 안전 여부', '화목보일러에 소화기 비치 및 가연물질이 멀리있는지' 등의 항목이 있다.
가스 누출과 관련된 안전 항목은 사실상 펜션 주인이 '월 1회 가스가 새는지 비눗물과 점검액으로 점검을 하는가'라고 묻는 게 전부다. 앞서 H민박 사례처럼 가스 안전 검사를 한 건지 운영자조차 모르는 현상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강릉=뉴시스】김선웅 기자 =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가스중독 사고(3명 사망, 7명 부상) 발생 펜션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18.12.19. [email protected]
이어 "가스 시설을 점검 나간 공무원들에게 확인하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우리 같은 공무원이 나간다고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보건소 같은 행정기관에서는 법을 초월하는 부분을 (펜션 주인들에게) 요구하기도 어렵다. 농식품부 지침을 따르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가스안전공사의 경우 점검을 나오면 가스통이 설치가 잘 됐는지만을 살펴본다. 보일러 설치는 각 사업자의 몫이고, 관리는 민박 사업자의 관리 하에 있다. 이번 사고처럼 가스 누출에 대해서는 경보기 설치 의무나 안전 점검 사안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농어촌 민박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9일 "제도를 관장하는 부처가 우리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냉정히 반성한다"면서 "농어촌민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다시는 유사 사고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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