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장만 내년이 적기?'…서울집값 조정기 들어섰지만 '서두를 필요없다' vs '급매물 관심'
'상대적 안전자산' 분양은 관심 바람직…무리는 금물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동남권 아파트 값이 실제로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남권 지역은 9·13대책 이후 소형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8월에 8억1303만원에서 10월 6억2375만원으로 떨어졌다. 같은기간 동남권 중소형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도 11억원에서 9억1803만원으로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18.12.10. [email protected]
내년에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무주택자 중심의 청약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실수요자들의 경우 진입 문턱 자체는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여전히 높은 집값과 실수요자마저 옥죄는 강력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내집 장만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집값 상황을 눈여겨보면서 내집 장만 계획을 후년으로 연기하거나 상대적 안전자산인 청약 시장에 관심을 갖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30일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넷째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떨어지며 7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하지만 주간 통계 기준 연 상승률은 이날 현재 6.83%로, 전년 같은 기간(4.91%)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간기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미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꿈 같은 일이 되고 있다. 국민은행 KB주택가격동향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에서 소득·주택가격 중윗값(3분위) 기준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비율(PIR배수)'은 13.4배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역대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통계는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의 중간가격 정도의 주택에 대한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PIR배수가 13.4배라는 의미는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3.4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정 탓에 내년에도 내 집 마련에 험로가 예상된다는 의견이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올해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면서 "내년은 적기가 아니다. 내후년에는 가야 가격 하락이 체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내년 상반기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입주물량 급증에 따른 공급 압박이 시작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수요자의 협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굳이 꼽자면 하반기가 상황이 낫지만, 내 집 장만을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내년에도 서울 집값은 크게 반등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지금은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나 하락세로 접어드는 시점이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리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여전히 "급매물은 당장 내년 초라도 사는 게 낫다"는 의견을 말했다.
그는 "집값이 조정되고 있지만 급락으로 이어지려면 각종 비관적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야 하는 데 시장 상황이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면서 "오히려 시장에서 급매물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시기보다 가격수준이 더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8% 떨어지며 7주 연속 하락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분양시장의 경우 여전히 실수요자들에게 단비 같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제도가 개편된 데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인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로또 아파트'가 내년에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시장은 일반적으로 기존 주택 대비 상대적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있어 단지가 조성되는 입지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로서는 내 집 장만 전략은 분양 시장에 올인(다걸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청약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증가추세를 지속하는 상황 속에서 연쇄적인 금리 인상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여 스스로 본인의 자금상황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함 랩장은 "신혼희망타운, 북위례 등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 핫 스팟 물량을 놓칠 필요는 없다"면서도 "대신 여신 규제가 강력한 상황이다보니 대출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자본이 준비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권 팀장도 "정부가 가계부채에 대해 엄격한 통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실수요자들도 신규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레버리지는 자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거래실종 상황이 지속되고, 청약 제도가 복잡해져 단순한 계산실수로도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 위원은 "1주택자의 경우 갈아타기 실수요 청약이라고 하더라도 소유 물건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다세대, 빌라 등 소유주의 경우 최근 거래실종 상황에서 6개월내 기존 주택 매매가 어려울 수도 있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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