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계피복노조 정신적 피해, 국가가 배상하라"
파기환송심 "생활지원금 받아도 정신적 손해 배상"
지난해 8월 헌재 민주화보상법 위헌 결정대로 판결
1·2심 원고 승소했지만 대법은 패소 취지 파기환송
"재판상 화해 성립했다"던 대법 판결은 기속력 배제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 결정과 같은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부장판사 김행순)는 15일 이 여사 소송을 이어받은 전태삼씨 등 3명과 청계피복노조 조합원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청계피복노조 사건'은 1970~80년대 국가가 강제로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을 불법 구금하고 폭행하는 한편, 사직하거나 해고된 조합원들의 명단을 따로 관리해 다른 사업장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건이다. 청계피복노조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결성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의 탄압을 받았던 청계피복 등 11개 사업장 해고자들에게 국가의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고, 이 여사 등은 국가를 상대로 지난 2010년 11월 소송을 냈다.
1, 2심은 "국가가 이 여사 등의 노동기본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국가가 이 여사에게 1000만원을, 나머지 조합원들에게는 각 500만~1500만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 2015년 3월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았다면 위자료를 다시 청구할 수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되돌려 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이 여사와 조합원 2명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 각 2800만~5000만원을 수령했는데 이는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어 민주화운동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다시 청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다만 생활지원금을 받지 않은 나머지 조합원 4명은 500만~1500만원 배상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헌재는 지난해 8월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일부 위헌 결정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정신적 손해는 국가배상 청구대상이라는 판단이다.
당시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정신적 손해에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적 손해 내지 손실에 상응하는 배·보상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 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고 지적했다.
이번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이 여사 등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파기판결 후 기속적 판단에 관한 법령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파기판결의 기속력이 배제된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단 적용은 배제했다.
그러면서 "이 여사의 소송수계인 등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해야 할 것인바 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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