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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보책임자,조총련 비밀회동 의미는?…北채널 확보에 박차

등록 2019.02.01 11: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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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정상회담 등 아베 시정연설 실현위한 노력의 일환

납치·북핵으로 탄압받는 조총련 처지 나아질지도 관심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의 불신을 깨고 나 스스로 김정은과 직접 마주하겠다”면서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2019.01.28.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의 불신을 깨고 나 스스로 김정은과 직접 마주하겠다”면서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2019.01.28.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일본 정부에서 대내외 정보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가 재일 조총련 지도부를 극비리에 만난 사실은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 정보관(내각조사실장)은 작년 말 도쿄에서 재일 조총련의 남승우 부의장을 극비리에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갖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조총련의 일본 내 입지는 지속적으로 약화돼 왔다. 특히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제기된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이슈가 겹쳐지면서 북일관계가 악화되고 그에따라 조총련의 입지도 크게 약화됐다.

 2015년에는 일본 경찰이 북한산 송이버섯의 불법수입에 연루된 혐의로 허종만 조총련 의장과 남승우 부의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조총련 본부 건물이 압수 수색 당하는 일도 벌어졌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북일 대화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북한 선박 상륙 금지 등을 담은 일본의 대북 독자 추가 제재가 실시돼 조총련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졌다. 이후 일본 경찰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조총련 관련 기업과 단체를 압수수색하고 용의자를 체포하는 일도 되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기타무라 정보관이 남승우 조총련 부의장과 비밀리에 만났으니 여러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28일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직접 만나 납치문제를 풀고 수교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할 것임은 당연하고, 두 사람의 만남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두 사람의 비밀회동 이후 곧이어 일본 정부의 납치문제대책본부 사무국장이 제3국에서 북한 인사를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일 정부간 접촉이 진전되고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일본 총리의 직속기관인 납치문제대책본부의 이시가와 쇼이치로(石川正一郎) 사무국장은 기타무라 정보관의 핵심 측근으로 두 사람 모두 경찰 정보통 출신이다.

【삿포로(일본)=뉴시스】최동준 기자 = 2017년 2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조총련 응원단이 피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북한 렴대욱, 김주식에 환호하고 있다. 2017.02.25. photocdj@newsis.com

【삿포로(일본)=뉴시스】최동준 기자 = 2017년 2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조총련 응원단이 피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북한 렴대욱, 김주식에 환호하고 있다. 2017.02.25. [email protected]

일본 정부로서는 북한과의 대화 물길을 터는 데 조총련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 있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도 조총련은 유용한 창구가 될 수 있다. 또 조총련으로서도 북일 관계 개선 과정에서 중간 역할을 수행하고, 양국 관계가 진전되면 스스로의 일본 내 입지를 키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 정부는 북핵 관련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열기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과 미국과의 대화에 치중하고 있는데다 지금 단계에서 북·일 대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별다른 진전을 보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동북아 질서개편 과정에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밀려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가 성급할 정도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북·일 수교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그런 초조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무라, 남승우 회동은 일본 정부가 대북 대화 창구를 열기위해 가능한 모든 물밑 채널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만하다.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 실현을 위해서 그동안 북한 정권의 전위부대로 인식해 제재와 압박의 대상으로 삼아온 조총련에 대해서도 태도를 바꾸기 시작하는 신호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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