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 "23일부터 미국 구호품 반입 허용" 발표
국내에 절실한 생필품, 콜롬비아서 2주일째 대기
일부 시위대는 "하루가 시급하다" 반발
과이도는 12일 환호하는 수만명의 군중에 둘러싸인 채 2월 23일을 지난주부터 마두로의 거부로 콜롬비아 국경지대의 창고에서 대기 중인 미국의 구호품을 받아들이는 날짜로 정해서 발표했지만, 자세한 행동의 세부 작전은 밝히지 않았다.
하루가 다급하게 절실히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등을 11일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다소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년 동안 무려 200만명이 이 나라의 살인적인 수퍼 인플레이션과 식량, 의약품 부족의 생활고를 피해 외국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벌어들이는 최저 임금은 이미 한 달에 6달러 미만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도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 사람들이 흔하게 보이고 있을 정도이다.
과이도는 이 날 카라카스 광장에 모인 군중들 앞에서 " 지금 당장은, 나는 군대에게 이 명령을 내린다.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받아들여라. 이것은 명령이다"라고 외쳤다.
이런 권위적인 명령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권력을 좌우하는 보안군이 그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증거는 아직 보이지않는다. 군부는 지난 달 야당이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뒤에야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 이 무명의 정치인 지지를 두고 아직도 그의 뒤에서 흔들리고 있다.
과이도는 마두로의 거부와 봉쇄로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에서 대기중인 구호품을 어떻게 반입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다만 베네수엘라인들의 수송대 캐러밴을 동원하자고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자칫하면 보안군과의 대규모 충돌로 더 큰 폭력사태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35세의 젊은 새 지도자 과이도가 지난 달 23일 대통령임을 스스로 선언한 이후, 시위대와 군의 충돌과정에서 이미 최소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과이도 측근으로 콜롬비아의 구호품 반입을 돕고 있는 호세 마누엘 올리바레스도 그런 위험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자기를 비롯한 다른 의원들이 2월 23일 구호품 반입 최전선에 나서서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이 일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하기 꺼리는 일을 국민에게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국민과 함께 현장에 나서서 위험을 함께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런던에 본사를 둔 컨설팅회사 IHS글로벌 인사이트의 베네수엘라 전문가 디에고 모야-오캄포스는, 과이도가 중산층 뿐 아니라 한때 사회주의자의 보루였던 베네수엘라의 빈민굴 지대에서까지 넓은 지지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군대나 보안군의 지지에까지 그 힘이 미치지는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군대와 보안군은 과이도의 사면 약속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경우 자기들이 저지른 인권범죄와 기타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당할 것을 우려해 과이도 지지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과이도는 이미 60개국에 가까운 나라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 중 미국은 이미 200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고 긴급구호 식량과 의약품도 보냈다. 캐나다도 5300만 달러어치의 지원품을 추가로 보낼 것을 약속했다.
과이도는 이와 관련, 12일의 집회에서 수만명의 자원봉사자 수송대를 온라인으로 모집해서 콜롬비아의 구호품을 들여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두 번째 루트로는 브라질을 통해서 제2의 구호품 반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날 마두로 지지자들은 역시 수도의 한 광장에 모여서 국기를 흔들며 지지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국영 TV를 통해서 "미국 제국주의"의 개입을 비난하면서, 마두로가 베네수엘라의 적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마두로는 미국이 제공하는 원조 금품은 자신을 실각시키려는 쿠데타 음모의 수단이어서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주 베네수엘라군은 콜롬비아로 부터의 주요 진입로인 한 교량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모든 반입품을 차단했다.
콜롬비아 국경도시 카쿠타의 시의원인 후안 카를로스 카파초는 이미 베네수엘라 피난민으로 꽉 찬 이 도시의 운명은 앞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어떻게 행동하는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모든 운명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은 어떤 쇠사슬과 장애물, 바리케이드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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