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창궐' 엄마들 결단…"자식 위해 맘충도 불사"
어린이집·유치원 등원 '자발적' 거부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 구입" 요구
길거리 음식 거부…집단행동 조짐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닷새 연속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서울 광화문 일대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2019.03.05. [email protected]
두 아이의 엄마인 이모(34)씨는 최근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식에 갔다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세먼지가 심해 고민 끝에 입학식에 참석했는데 어린이집에 그 흔한 공기청정기 한 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민 끝에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로 어린이집 미세먼지를 측정해 본 후 원장에게 공기청정기 설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그는 "주변 엄마들이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달라고 하면 되지 굳이 장비까지 가져가서 어린이집 미세먼지를 측정 해야겠느냐'고 조언했지만 미세먼지가 재앙 수준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유난이다, 맘충 같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우리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인데 이 정도는 신경 써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어린 자녀들을 둔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를 '먼지'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어른들도 외출 후 눈이나 목 등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은 미세먼지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보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최대한 외출 자제…어린이집·유치원도 안 보내
엄마들은 우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아이와의 외출을 자제한다. 아이가 답답해해도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아이가 아프거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가야하는 경우에도 날짜를 미룬다. 관측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5일 돌을 앞둔 한 아이의 엄마는 "예방접종은 접종일 보다 앞서서 맞으면 안 되지만 조금 늦추는 것은 가능해 미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근의 한 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이 등원을 하고 있다. 2019.03.05. [email protected]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워킹맘 황모(32)씨는 "일을 나가야 하니 미세먼지가 심해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면서도 "미세먼지도 심한데 실외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실내 대기질은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마스크는 기본…유모차 전용 공기청정기도 등장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아동용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아이에게 어떤 마스크가 좋은지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온다.
공기청정기는 아이가 있는 가정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한 대로는 부족하다'며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구입하려는 엄마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모차를 타는 아이를 위한 휴대용 공기청정기도 등장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커버로는 미세먼지까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커버 안쪽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유모차용 공기청정기는 휴대가 가능해 차량에서도 사용된다.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2019.03.05. [email protected]
◇길거리 음식은 NO…집단행동 나서기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일부 엄마들은 아이에게 '길거리 음식은 사먹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기도 한다. 음식이 외부공기에 장시간 노출되다보면 미세먼지와 각종 유해물질이 묻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미세먼지로 인해 집안 환기가 어려워 지다보니 고기나 생선을 굽는 조리방법은 자제하는 엄마들도 등장했다. 아울러 기름을 이용하는 조리 방식이 좋지 않다는 말에 에어 프라이어를 구입하거나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꾸는 엄마들도 생겨났다.
한편 정부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엄마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의 공습 속에서 숨어만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해결을 요구하는 엄마들의 청원이 잇따르고 있고,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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