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갈등' 일단락…분신투쟁 대립부터 극적 합의까지
택시업계, 3차례 걸쳐 '카풀 어플' 반대 집회
분신 사망자도 2명 발생…'카풀 서비스 중단'
대타협기구 "출퇴근시간만 카풀 허용" 합의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합의문을 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번 논란이 표면화한 것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업체 '럭시'를 인수했고, 연내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지난해 10월16일부터 운전자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이에 택시업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이틀 뒤인 10월18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로 이뤄진 카카오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비대위)가 광화문 광장에서 '카풀영업행위 추진 규탄' 집회를 열었다.
당초 서울시로부터 허가받은 집회 장소는 북측광장까지였으나 집결 인원이 늘면서 광장 중앙까지 참가자들이 들어찼다. 주최 측 추산 인원만 7만명이었다.
집회 이후 이들은 청와대 방향의 효자치안센터 앞까지 행진하며 카풀앱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높였고, 이날 서울 개인·법인택시 조합은 오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운행을 중단하는 24시간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후 택시 비대위는 지난해 11월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카풀 어플 도입을 반대하며 자체적인 서비스 개선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이어 11월22일에는 다시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삭발까지 감행했다. 앞서 10월18일 광화문 광장에서 1차 결의대회를 개최한 지 한달여 만으로, 주최 측 추산 4만명이 참여했다.
이날 국회 교통위원회는 카풀의 법적 근거를 없애거나 카풀 서비스를 제한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3건을 상정하고 논의에 돌입했다. 개정안에는 출퇴근 시간대에만 카풀을 허용하고 공휴일엔 카풀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불법 카풀 앱 근절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전국 택시 노조들의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2018.11.22. [email protected]
이에 비대위는 성명서를 내고 "100만 택시가족의 강력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불법 카풀앱 출시를 강행했다"며 "카카오 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 취소를 강력히 요구하며 100만 택시가족은 카카오 택시호출 거부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결국 사흘 뒤인 12월10일에는 결국 분신 자살을 택한 택시기사까지 나타났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모(57)씨는 택시 안에서 분신을 시도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 몸에 시너를 끼얹고 스스로 불을 붙였다.
택시 노조는 "최씨가 분회위원장에게 '분신이라도 해야지 이러다 택시 다 죽는다'며 카풀 문제에 대해 우려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12월12일에는 최씨의 분향소가 국회 앞에 차려졌다. 분향소를 찾은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또 다른 최씨가 나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 택시업계는 최씨의 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서에 따르면 최씨는 "애플리케이션(앱) 하나 개발해서 4차산업혁명, 공유경제란 말로 포장해 불법 자가용 영업을 하는 카풀 사업자 카카오에 대해 정부는 엄정한 법 적용을 해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또 "택시 산업에 대해선 택시발전법이 제대로 적용돼 택시 근로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행정지도를 해주길 바란다"며 "이번 기회에 택시가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및 정비를 통해 택시가 대중교통에 편입되도록 법 개정을 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에 반대해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임정남(65)씨의 분향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됐다. 2019.01.11
다만 전날 택시업계가 카풀업계와 여당,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만큼 집회에서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지난 1월9일에는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또 다른 분신 자살자가 나오고 말았다.
당시 임모(65)씨는 광화문역 인근 도로에서 택시에 탄 채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도중 사망했다.택시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임씨는 평소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동료들에게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원망을 표해왔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해 1월18일 오후 2시부터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T 카풀팀은 이날 모바일앱 공지글을 통해 "새로운 이동 수단에 대한 승객 여러분들의 갈증을 해소해드리려는 저희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뜨거운 성원 보내주셔서 베타서비스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도 "카풀에 대한 오해로 인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어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숙고 끝에 카풀 베타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금일에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에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다는데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월18일 택시업계 첫 대규모 집회가 열린지 141일 만이자 택시기사가 분신으로 사망한 지 88일만이었다.
또 대타협기구는 올해 상반기에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출시하고, 택시노동자 근로 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로 처우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합의안에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전현희 위원장,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등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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