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일파만파…국회, 또 파행 기로(종합)
민주당, 나경원 발언에 강력 반발…25분간 대표연설 중단
이해찬, 긴급 의총 소집해 나경원 국회 윤리위 회부 결정
나경원 "반대편 얘기 안 듣는 모습 그대로 보여져" 역공
황교안 "제1야당 대표 연설에 달려들어…與 사과해야"
한국당, 윤리위 회부 빌미로 국면 전환 나설 가능성 제기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2019.03.12. [email protected]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 여당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후 본회의장은 고성과 야유, 삿대질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설 직후 긴급 의총을 열어 나 원내대표가 '국가 원수를 모독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직접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현 정권의 안보 불안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며 이같이 발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한 말, 안 할 말 구분도 못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질세라 나 원내대표가 "할 말도 못 하느냐"고 맞서면서 연설은 25분간 중단됐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은 마무리 됐지만 민주당은 곧바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 일변도 발언을 내놨다. 한국당을 배제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공조 강화도 타진하는 모양새다.
이해찬 대표는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의 협상 상대인 홍영표 원내대표도 "나 원내대표를 국회법 146조에 따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윤호중 사무총장과 조정식 정책위 의장은 나 원내대표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장은 나 원내대표를 비난하면서 "국회에서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도 한국당 배제를 언급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정당과 어떻게 하면 대응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야3당과 연대 등을 강화해서 한국당이 국회 내에서 활동하지 않더라도 개혁입법이 아무 지장 없이 통과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뉴시스에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평화당, 정의당과 개혁연대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바른미래도 한국당의 우클릭에 개혁연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대응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오히려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과 선거제 개혁 및 민생법안 공조를 추진하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을 내심 반기는 기류도 엿보인다. 현 정부에 부정적인 보수층을 결집할 호재로 보는 분위기다.
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대편의 얘기를 안 듣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졌다"며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왜곡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그런 얘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이었다"며 "거기에 대해 더 설명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윤리위 회부 방침에는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 상대방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자세로 간다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문재인 정권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민의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민주당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권을 더 힘들게 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 원내대표가 대표 연설을 하는데 중간에 달려들어서 고함을 지르고 얘기를 못하게 했다"며 "정말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원수 모독죄와 관련해 "그런 죄가 있느냐. 있지도 않은 죄를 가지고 얘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며 "만약 부당한 조치가 있으면 정말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로서 비판이 과한 면도 있다"면서도 "국회는 그런 얘기들을 들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달 공전 후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국민들께 얼굴을 들 수 없다"며 "거대양당이 이렇게 진영싸움 하면서 좌파니 보수니 싸우는 건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으로 풀이한 것은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라고 한국당을 겨냥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집권여당으로서의 품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과도한 반응으로 교섭단체 대표의 연설을 가로막은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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