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입장 당장 안 나올 듯…北 협상 유지 전술"
"대미 압박 공세 높이면서도 협상판은 안 깨려"
"갑자기 핵·미사일 재개 발표하면 주민도 혼란"
"김정은, 최고인민회의서 헌법수정 준비 추정"
"北지도자 대의원 명단 포함 안 된 것 이례적"
"헌법 수정할 경우 김영남 직위도 폐지할 것"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난 1월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 이탈리아 당국의 보호아래 제3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01.09. [email protected]
태 전 공사는 지난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김정은의 핵 혹은 미사일 시험 재개 입장 발표가 당장 나올 기미는 없어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최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핵·미사일) 동결 상태를 유지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이라며 "머지않은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17일까지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중앙TV 등 공식매체들은 물론 '우리 민족끼리'나 '평양방송' 등 대외용 매체들도 최 부상의 대미강경 기지회견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북한이 평양에서 진행된 최 부상의 기자회견에 북한 언론들을 대거 참가시켜 놓고 그 내용을 보도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외국 언론들을 통해서 소식이 알려지게 하는 것은 최 부상의 입을 통해 대미 압박의 공세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협상 판을 깨지 않으려는 북한 나름의 전술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본인도 지금까지 북한 언론들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차분히 보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가 나서서 뜬금없이 핵 및 미사일 시험 재개 입장을 발표하면 북한 주민들이 심리적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이 내달 초 진행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계기로 김정은의 직위와 관련한 헌법 수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북한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연초부터 북한이 국가제일주의, 국기, 국조, 국풍, 국화 등을 '국가'를 강조한 것을 보면 이러한 '정상국가화' 추진의 일환으로 내달 초 열릴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새로운 직위로 추천하고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서 북한의 최고통치자이나 헌법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것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면서 "만일 그렇게 되면 지금 김영남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은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결국 70년대 김일성의 주석제를 다시 도입하는 격이 된다"며 "서방에서 유학한 김정은으로서는 서방국가의 대통령이 국회의원직을 겸직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북한 헌법에서도 국가수반이 대의원직을 겸직하는 제도를 없애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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