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날아다니는 미세먼지 관측소' 중형항공기 타보니…
기상악화에 허탕 일쑤…6명 연구진 좁은 공간서 고군분투
서해 상공서 국외 미세먼지 이동경로·유입량 동시 측정해
환경과학원 "美 공동개발 장비 추가…中 협상자료로 활용"
【충남=뉴시스】 변해정 기자= 미세먼지 관측에 쓰이는 중형항공기(모델명 Beechcraft 1900D)가 22일 충남 한서대 태안비행장 경납고에서 출발 대기하고 있다. 2019.03.22.
지난 21일 오후 4시. '한서 에코'로 불리우는 미세먼지 관측 항공기(모델명 Beechcraft 1900D)가 3500피트 서해상 상공을 시속 300㎞(162노트)로 비행했다. 최대 풍속시속 40㎞(22노트)의 강풍을 뚫고 이륙한 지 약 15분 만이다.
미세먼지는 통상 1000피트(약 304m) 높이에서 관측한다. 하지만 이날 구름이 잔뜩 껴 그 고도에선 비행이 곤란했던 탓에 평소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당초 이날 항공기는 뜨지 못할 뻔했다.
미세먼지를 끌고오던 서풍 대신 강한 북풍 계열의 바람이 분데다 해무(바다 위에 끼는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좋지 않아서다.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기엔 대기질도 좋은 편이었다. 이날 충남 한서대 태안비행장의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보통'(16~35㎍/㎥)에 해당하는 27㎍/㎥였다. 다행히 오후에는 기상 상태가 다소 나아져 비행을 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 항공 관측은 기상 악화로 허탕을 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9일부터 12일 간 항공기를 띄운 것은 고작 5차례 뿐이다. 이륙했더라도 가시거리가 떨어져 무안공항으로 회항하거나 5~6시간의 관측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착륙하기 일쑤다. 기자가 탄 이날 비행 시간도 고작 40분에 불과했다.
이달 말까지 20차례 100시간을 비행해 미세먼지를 관측하려는 목표는 물리적으로 달성이 불가능해졌다.
김종호 한서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3면이 바다인 태안비행장 위치상 미세먼지가 많을 때 해무가 같이 생성돼 가시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안타깝게 측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운항·정비하는 입장에서 곤혹스럽긴 하나 안전이 우선이라 무리한 비행은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충남=뉴시스】 변해정 기자= 미세먼지 관측 중형항공기(모델명 Beechcraft 1900D)에 탑승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이 22일 2차생성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과 전구물질을 조사하기 위해 항공관측을 하고 있다. 2019.03.22.
성인 여성도 겨우 비집고 들어갈 만한 공간에서 연구원들은 이륙 전 항공기에 실은 고분해능 시간비행형 미세먼지 질량분석기, 나노입자계수기, 암모니아 고옹감쇠분광광도기 등 장비 전원을 모두 켜고선 예열시켰다. 에어로졸(대기 중의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이 들어오는 관의 밸브도 열고 닫으며 비교 샘플도 확보했다.
상공에서는 장비가 측정한 대기 물질의 값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귀가 먹먹해짐은 물론 항공기 엔진의 엄청난 소음에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으면서도 측정값을 공유할 땐 소리를 질러대야만 했다.
3500피트에서 확인된 암모니아 수치는 2.1~2.5ppb, 일산화탄소는 25~28ppb, 이산화질소는 0.3~0.4ppb였다. 인위적 초미세먼지인 블랙카본 60~80ng/㎥였다. 안준영 연구원은 "평소 1000피트에서의 측정 값에 비해 상당히 낮다. 고도가 높아 오염 수치가 거의 나오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서해 중·북부와 남부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관측하기 위해 항공기는 서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태안읍 상공을 지나 서산시 인근까지 비행한 뒤 다시 내려와 남쪽으로 보령을 찍고 착륙했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자 수치는 점차 올라 2500피트(약 750m) 지점에 왔을 때 이산화질소는 4~5ppb로, 블랙카본 180ng/㎥를 나타냈다. 이 역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이산화질소 수치는 10ppb를 뛰어넘는다.
【충남=뉴시스】 변해정 기자= 미세먼지 관측 중형항공기가 22일 미세먼지계수기와 블랙카본분석기, 나노입자계수기 등 고해상도 실시간 측정장비 9대를 싣고선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2019.03.22.
환경과학원은 1996년부터 4~5대의 장비만 실은 소형 항공기를 활용해 5000m 이하 상공에서 3시간 남짓 제한된 범위에서 미세먼지 관측을 수행해왔다.
장윤석 환경과학원장은 "기존에 사용했던 항공기보다 사이즈가 커져 장비를 더 실게 됐고, 이로 인해 미세먼지뿐 아니라 전구물질도 측정할 수 있게 됐다"며 "미세먼지의 유입 경로와 발생 원인, 국내 배출원에 대해 밝히는 게 핵심인데도 국내 자료에는 상당한 오차가 있었다. 항공 관측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아가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서포트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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