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난이도 들쭉날쭉…절대평가 도입 취지 무색
문제풀이식 수업 여전·사교육비 경감 효과 없어
"수능 절대평가 확대 시 면밀히 검토해야" 제언
"교육당국, 말하기·쓰기 학교 영어교육 힘 써야"
【서울=뉴시스】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지 3년째지만 여전히 난이도를 안정하게 맞추는 방안이 과제다. 상대평가로 치러진 2017학년도과 도입 첫해였던 2018학년도, 2년째인 2019학년도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을 살펴보면 들쭉날쭉하다. 2019.04.07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제공)
7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유지연 입법조사관의 현안분석 자료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절대평가 시행의 쟁점 및 과제'에 따르면, 2018학년도 수능 당시 1등급 비율은 10.03%였지만 2019학년도 수능시험 영어 1등급 비율은 5.3%이다. 1년 만에 절반(4.7%포인트)이 줄어든 셈이다.
2등급까지 포함한 상위권 등급 비율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상대평가로 치러졌던 2017학년도에는 1등급과 2등급 합계가 11.29%였으나 2018학년도에는 29.8%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듬해 2019학년도는 총 19.6%로, 전년도보다 약 10%포인트 떨어졌다.
유 입법조사관은 상위등급 비율이 크게 낮아진 데 대해 "과도한 학습경쟁과 학습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당초 정책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12월 2018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치러진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가 적용됐고, 지난해 2019학년도 수능도 절대평가를 유지했다. 올해 치르는 2020학년도 수능은 3년차를 맞는다.
교육부는 당시 학생과 학교현장의 과도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줄이고,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업으로 학교 수업을 바꿔나가기 위해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절대평가로 실시하기 때문에 얻은 원점수에 따라 등급을 받게 된다. 상대평가 영역은 표준점수나 백분위가 중요하지만, 영어는 90점 이상은 1등급, 80~89점은 2등급, 70~79점은 3등급을 받는 식이다.
유 입법조사관은 "절대평가를 도입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평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 1등급 4%, 2등급 7%보다는 상위권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면서 "교육부가 보다 구체적인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고, 특히 올해 수능 영어를 다시 쉽게 출제해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12월 수능채점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응시자 집단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체감난이도가 달라져, 응시집단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입법조사관은 교육부가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학교 영어수업을 말하기와 듣기, 읽기, 쓰기 능력을 균형있게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여전히 의사소통능력을 높이기보다는 문제풀이식 독해 중심 수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수능에 대비한 수업과 평가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그는 현장 영어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가르치고 평가하기 위한 기자재 등 인프라가 미비하고, 수행평가나 중간·기말고사에서 말하기와 쓰기 평가를 반영할 경우 영어교사의 업무부담이 커지는데 대한 지원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교육비 부담도 여전했다. 유 입법조사관은 지난 2017년도 영어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규모는 2015년보다 줄었으나 여전히 영어 과목 사교육비는 5조4000억원으로 일반교과(13조6000억원)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사교육비 통계를 살펴보면 영어 사교육비가 늘기도 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고등학생의 1인당 영어 영역 사교육비는 8만7000원이다. 전년도 같은 통계자료에는 7만7000원으로, 1년 사이 1만원이 더 올랐다. 국어와 수학보다도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 입법조사관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정책목표로 제시한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을 활성화하고,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과 중장기적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제2외국어와 한문도 절대평가를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리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대입제도 개선 공론화 결과를 반영해 2022학년도 수능부터 제2외국어와 한문도 절대평가 대상으로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절대평가 확대에 대해서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전 과목 확대를 주장한 반면 영어영역도 상대평가로 원상복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유 입법조사관은 자연히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실질적인 반영 비중이 커지는 만큼 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하며, 절대평가 과목의 안정적인 난이도를 사회적 합의로 도출한 후에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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