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테러 왜? 배후세력은?
폭탄 테러 피해자 거의 현지인·용의자도 현지인
스리랑카 국방장관 "종교단체의 폭탄 공격" 표현
신할라·타밀족, 불교·이슬람·기독교 갈등 심각해
【네곰보=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부활절 폭발테러가 발생한 스리랑카 네곰보 소재 성 세바스티안스 가톨릭 교회 내부에 희생자들의 시신이 눕혀져 있다. 2019.04.22.
22일(현지시간) 중동 언론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번 폭탄테러는 2009년 스리랑카 내전이 끝난 뒤 사상자가 가장 많은 사고다.
하지만 현재까지 폭탄테러를 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은 없다. 스리랑카 정부는 종교단체의 테러공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스리랑카는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후 극심한 종족간, 종교간 갈등을 겪어왔다.
스리랑카 정부는 행정수도 콜롬보에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하고, 가짜 뉴스 차단을 위해 페이스북과 왓츠앱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와 메시지 사이트 접근도 차단했다. 통행 금지는 22일로 해제됐다.
◇성당과 교회, 고급 호텔, 가정집서 8차례 폭발
폭탄테러는 카톨릭 명소 성안토니오 성당을 시작으로 콜롬보 인근 8곳에서 순차적으로 발생했다.
첫번째 폭발 보고는 부활절 예배가 막 시작된 현지시간 오전 8시45분께 성당에서 이뤄졌다. 두번째 폭발은 카톨릭 신자가 다수인 콜롬보 북쪽 네곰보에 위치한 성세바스티안스 성당에서 발생했다.
세번째 폭발은 콜롬보 동부 항구도시 바티칼로아에 있는 개신교 교회에서 보고됐다.
4~6번째 폭발은 콜롬보에 위치한 시나몬 그랜드, 샹그릴라, 킹스베리 등 고급 호텔 3곳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7번째 폭발은 콜롬보에 위치한 데히왈라 국립 동물원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보고됐다.
8번째 폭발은 콜롬보 소재 한 건물에서 발생했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용의자가 자살폭탄을 터트리면서 경찰관 3명이 사망했다.
하르샤 데 실바 스리랑카 경제개혁·공공분배부 장관은 성안토니오 성당과 호텔 2곳을 방문한 뒤 트위터에 끔직한 장면을 묘사했다.
【콜롬보=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부활절 폭발테러가 발생한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한 희생자 친척이 오열하고 있다. 2019.04.22.
AP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는 테러범 시신 감식 결과를 토대로 폭탄테러 공격 8건 중 6건은 자폭테러이며, 자폭한 범인은 모두 7명인 것이라고 발표했다. 샹그리라 호텔 경우엔 2명이 폭탄을 터트렸고, 나머지는 단독범행이다.
◇성당과 호텔 테러 공격 왜?
폭발은 성당과 교회가 부활절 예배를 위해 신자들로 가득 찼을 때 발생했다. 8건의 폭발로 인해 인명 피해는 즉각 집계되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희생자는 스리랑카인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적어도 외국인 35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인도 국적 3명, 포르투칼 국적 1명, 터키 국적 2명, 영국 국적 3명, 미국과 영국 국적 2명 등을 희생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네덜란드 국적 1명, 중국 국적 1명도 희생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누가 테러를 자행했는지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 루완 위제와르데나 국방부 장관은 이번 폭탄테러를 종교단체의 '테러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스리랑카 정부에 따르면 적어도 13명의 용의자들이 현재 구금돼 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연쇄 폭탄테러와 관계된 8명을 체포했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용의자들은) 현지인"이라고 한 바 있다.
단 수사관들은 폭탄 테러 용의자들이 해외 테러조직과 연루돼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자살 폭탄테러가 일어날 것이란 정보를 열흘 전 사전에 확보해놓고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정보가 있었다"면서 "이 일(수사)이 진행되는 동안 왜 적절한 예방책이 취해지지 않았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뿌리깊은 스리랑카 종족·종교갈등
【서울=뉴시스】21일(현지시간) 오전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부활절 연쇄 폭발로 현재까지 13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사망자는 290명으로 늘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영국은 다수 민족인 신할라족과 소수민족인 타밀족간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며 스리랑카를 통치했다.
스리랑카 인구는 2300만명 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3이 신할라족이다. 제2의 민족인 타밀족은 인구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주로 스리랑카 북쪽과 북동쪽에 거주한다.
1945년 독립 이후 신할라족이 스리랑카 주요 권력을 장악하고 소수민족을 탄압하자, 타밀족은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1983년부터 2009년까지 항복할 때까지 투쟁했다.
종족간 내전이 끝난 뒤에는 종교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스리랑카 다수 종교는 불교다. 무슬림과 기독교는 각각 전체 인구의 10%와 6% 정도로 소수다.
일부 강경 불교 승려들은 무슬림에 대항해 스리랑카인을 규합하는 등 종교적 분열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무슬림이 불자를 공격한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반(反)이슬람 폭력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주 정부는 종교 갈등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테러 규탄 한 목소리
세계 각국은 이번 폭탄테러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 예배가 끝날 무렵 세계 각국을 향해 대응을 촉구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은 "표적이 된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의 모든 희생자에게 애정 어린 친밀감을 표시하고 싶다"고도 위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에 '끔찍한 테러 공격'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국제 테러와 전쟁에서 스리랑카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스리랑카 교회와 호텔에 대한 폭력 행위는 정말 끔찍하며, 이 비극적인 시기에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폭탄테러를 "인간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