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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사실상 종료…윗선 규명 실패

등록 2019.04.25 17: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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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관계자 기소, 신 전 비서관 1명 그쳐

조현옥 인사수석은 소환하지도 못해

검찰 "인사수석 공모 관계 입증 안돼"

'환경부 경위서' 원인 파악 결국 못해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0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온유 고가혜 기자 = 청와대를 겨냥했던 검찰의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전직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전직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공모해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게 검찰 수사의 결론인데, 이를 지시한 윗선 규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2018년 1월 환경부 공무원으로 하여금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 대한 사표 제출을 요구하도록 하고, 이에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2018년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후보자인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이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한 혐의도 있다.

또한 당시 탈락한 후보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배주주로 있는 유관기관 회사 대표 자리를 희망하자, 해당 공공기관 임원들로 하여금 해당 대표를 임명하도록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신 전 비서관에게는 청와대 추천 후보가 탈락한 뒤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떤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방지'라는 취지의 소명서를 작성하게 한 강요 혐의도 적용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환경공단 상임감사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이를 압박하기 위해 해당 감사를 표적감사한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청와대 추천 인사 서류 심사 탈락과 관계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을 문책성 전보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을 주장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기관 8곳의 이사장과 사장, 원장, 이사 등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뿐 아니라 '현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등 거취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유한국당은 같은 달 환경부가 '문재인 캠프' 낙하산 인사를 위해 산하기관 이같은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장관 등 관계자 5명을 고발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별장 성접대 사건'과 여환섭 청주지방검찰청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수사단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됐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건물이 보이고 있다. 2019.03.2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2019.03.29.  [email protected]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환경부 산하 기관 전현직 관계자 참고인 조사 및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특히 전 정부 인사가 임원 자리에서 물러난 뒤 후임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수차례 접촉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 10일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착수 이후 최초로 현직 비서관급 청와대 관계자인 신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도 했다. 16일에도 신 전 비서관을 재소환해 조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신 전 비서관 상관인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은 소환 한 번 하지 못하고 수사를 끝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물 분석과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 결과 두 사람의 공모관계는 입증됐다"면서도 "다만 확인된 증거만으로는 조 수석까지 공모 관계임을 입증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이 특정 후보가 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환경부에 경위서를 쓰게 한 경위에 대해서도 내부 원인 파악에 실패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인물이 청와대 내정인사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신 전 비서관이 조사에서 임명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며 "청와대 내정은 청와대 내부의 일이고, 자료나 관련자 진술 없이 환경부 자료만으로는 규명이 안 됐다.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정확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내정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정자 탈락에 따른 강압적인 조치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 이상으로 확인되지 않아 진행하지 못했다. 압수수색도 곤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검찰은 내정자를 임명하는 인사간담회 자료 확보를 위해 지난 5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피의 사실과 직접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과의 공모만 파악한 채 수사를 마무리 짓게 됐다.

검찰은 "환경부 공무원들은 인사 수석에 직접 보고하거나 접촉하지 않고 대부분 행정관을 통해 보고한다. 그러다보니 인사 수석의 직권남용으로 보이는 문건이 보고됐다고 입증되려면 장관과 직접 통화하거나 해야 하는데 청와대 압색영장 기각으로 관련 문건이 확보가 안 됐다. (윗선) 소환 조사를 할 만한 충분한 자료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장관이 입을 맞췄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부인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맥락은 맞지만 말을 맞췄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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