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수위 높인 경찰 2인자…집회 폭력 강경수사 예고
원경환 서울청장 "엄정 대응", "강력 수사"
마스크·복면 착용 들어 "의도적으로 보여"
집회 중 경찰 부상 속출에 위기감·불쾌감
'대림동 여경 논란'서도 공권력 훼손 판단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과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계동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사옥 진입을 위해 경찰과 몸싸움하고 있다. 2019.05.22. [email protected]
최근 '대림동 여경 논란' 등을 계기로 경찰 공권력 경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집회 폭행 관계자들을 엄정 처벌해 본보기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원 청장은 지난 27일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일부 노조단체의 폭력 시위에 대해 국민적 (우려)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우리 경찰관 다수가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엄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청장은 간담회에서 "엄정 대응"과 "강력 수사"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그는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회를 겨냥, "(일부 참가자들이) 복면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의도적인 불법 폭력 시위로 보인다"며 "이를 선동한 집행부에 대해 강력히 수사해 엄정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또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해야한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이여야 한다"며 "공권력 경시는 옳지 않으며 이번 폭력 시위에 대해 엄정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원 청장이 평소 간담회에서 민감한 사안일수록 원론적 발언만 하는 등 신중을 거듭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모습은 최근 발생한 경찰관 폭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원 청장이 비교적 날선 반응을 나타낸 것은 최근 집회 경비 중 부상을 당한 경찰관이 속출한 탓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대우조선 매각 저지' 결의대회에서는 서울사무소 진입을 시도한 일부 조합원들과 경찰이 격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밖에도 지난달 국회 앞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관련 민주노총 집회에서도 일부 경찰관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과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계동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사옥 진입을 위해 경찰을 끌어내고 있다. 2019.05.22. [email protected]
해당 논란은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한 취객이 출동한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때 여성 경찰관의 대응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경찰 뺨을 때리는 공권력 무시가 본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경찰 2인자' 격인 서울경찰청장이 '공권력 훼손'과 '불법 집회 강경수사'를 함께 언급한 만큼, 향후 경찰은 집회 폭력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 22일 금속노조 집회에서 현대중공업 지부 조합원 10명과 대우조선 지회 조합원 2명을 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해산명령 불응) 혐의 등으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이중 현대중공업 지부 조합원 A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25일 "조선업종 노조연대에서 차지하는 피의자의 지위, 범행 과정에서 피의자가 가담한 정도, 수사 및 심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진술 태도, 이 사건 현장의 영상이 상세히 채증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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