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사건, 첫 재판…"우발적 살인" vs "계획범죄" 치열(종합)
23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 고유정 공판준비기일 진행
고씨 측 우발적 범행 주장 되풀이…내달 12일 첫 공판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6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6. [email protected]
다만 고유정 측 국선변호인은 법정에서 수사단계부터 이어온 고씨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되풀이하며 검찰과의 치열한 법정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 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를 받는 고유정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고유정이 철저한 사전 계획하에 전 남편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해 시신을 없애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를 구속기소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는 사건을 저지른 후 일주일만인 지난 6월1일 청주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돼 제주로 압송됐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고씨의 잔혹한 살해 과정과 사체 훼손 방법 등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유정은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 후에도 언론 앞에 설때면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머리카락으로 가려 격앙된 국민 감정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검찰 공소장에 나온 고유정의 범죄 양상은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고씨는 전 남편인 강씨가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5월10일 이후 잔혹한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청주시 자택 내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집중 검색했다.
검찰은 고씨의 이러한 검색이 완벽한 시신 감추기를 위한 철처한 범행 준비 절차로 판단하고 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사건 1심 공판준비기일인 23일 오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지방법원에서 재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에 방청권을 배부하고 있다. 2019.07.23. [email protected]
고유정 측은 수사당국의 이러한 판단과 달리 자신의 범행이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자기 방어에 해당한며 '계획 살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씨는 공판 내내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심문조서 등의 내용도 고씨가 일부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까지 수집된 수십여점의 증거물과 피해자의 혈흔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 등을 토대로 고씨의 계획범죄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고유정이 사용한 범행도구에 묻은 혈흔 속 졸피뎀 성분 검출을 위해 전문 기관에 재감정도 의뢰한 상태다. 졸피뎀은 고씨가 피해자의 반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한 범행 도구 가운데 하나다.
고유정 측은 현재 검찰이 확보한 유일한 졸피뎀 검출 혈흔이 자신의 혈흔과 섞여 피해자가 해당 성분을 복용한 적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유정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8월12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제2형사부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신속한 판결을 위해 가급적 공판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차 공판에서는 계획범죄 혐의를 벗으려는 고유정 측의 논리와 이에 맞서는 검찰 측 공소사실이 팽팽히 맞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주지법은 이날 개원 이래 처음으로 재판에 앞서 방청객들에게 방청권을 선착순 배부했다.
마련된 방청석은 입석 10석을 포함해 총 77석이지만, 피해자 가족 및 변호인 등 소송관계인과 취재진에게 미리 배정된 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놓고 시민들이 방청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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