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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장소 갈등→임금협상 결렬...한국지엠 노사 좌초 위기

등록 2019.07.27 10:12:00수정 2019.07.27 23: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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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장 선정에 약 2개월...이후 7차 교섭 후 '협상 결렬'

노조, 지난 25일 중노위에 두 번째 쟁의조정신청서 제출

노조 "사측 새로운 교섭안 안 내놔...휴가 전 타결이 목표"

한국지엠 지난달 판매실적 21.7% 감소...내수 5788대 그쳐

교섭장소 갈등→임금협상 결렬...한국지엠 노사 좌초 위기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교섭장소 선정 문제로 약 2개월 간 갈등을 겪은 '한국지엠호'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라는 또 다른 암초에 걸려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우여곡절 끝에 노사가 '제3의 교섭장'을 마련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그 노력이 무의미하게 임금 협상 과정에서 또 다시 대립하며 노사 교섭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25일 임금협상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13일 노동조합(노조)이 "사측이 교섭 장소 변경을 요구하면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한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노조는 "사측이 7차례 진행한 단체교섭에서 노조의 교섭요구안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추가 교섭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과 함께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한국지엠 노사 간 조정을 시도한 뒤 조정의 여지가 없을 경우 '조정중지' 또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게 된다.

만약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고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조합원의 비율이 50%를 넘기게 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지난달 교섭장소 선정 관련 '1차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뒤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이미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낸 만큼, 이번에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올 경우 또 다른 찬반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바로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19~20일 조합원 8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74.9%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교섭장소 갈등→임금협상 결렬...한국지엠 노사 좌초 위기


조합원 중 6835명이 투표에 참여해 84.9%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이 중 6037명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반대한 조합원은 785명, 기권 1220명, 무효는 13명으로 집계됐다.

노조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교섭장을 선정할 때도 사측이 '기존 교섭장은 직원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서 새로운 교섭장소를 구하느라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을 그냥 보냈는데 임금 협상 과정에서 사측의 제시안이 하나도 바뀐 게 없었다"며 "노조는 휴가 전에 최대한 빨리 타결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에서도 사측의 입장을 반영할 테니 새로운 교섭안을 제시하라고 해도 사측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말도 없다"며 "사측의 새로운 교섭안이 나올 경우 노조에서도 적극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통상임금 250%의 성과급 등의 내용을 요구안에 포함시켰지만 사측은 "회사 사정상 해당 내용들을 모두 들어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한국지엠은 최근 판매실적 감소 추세를 이어가며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그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 임단협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고 생산·판매 향상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3만6451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7%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내수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3% 감소한 5788대에 그쳤고, 수출 역시 17.2% 줄어든 3만663대를 나타냈다.

쉐보레 '말리부', '트랙스' 등이 각각 내수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판매율이 13.2%와 7.1%씩 증가하며 내수판매 견인 모델로 나섰지만 전체적인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저 톨레도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지난 1일 "7월에는 선수금과 이자가 없는 '더블 제로 무이자 할부'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통해 내수 입지를 다져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임단협 협상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장기화 되면 생산동력 역시 영향을 받아 사측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선 노조 관계자는 "인천 부평2공장과 부평 엔진공장, 창원공장 등에 대한 중장기적 사업 계획과 회사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사측의 약속이 없으면 노조는 무조건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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