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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복층 붕괴' 경찰 수사, 감독 책임·입법 로비 겨냥

등록 2019.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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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등 4명 입건…감식 분석 통해 사고 경위 파악

광주 서구, 관리·감독 책임 소홀…담당 공무원 조사

'춤 허용 일반음식점' 특혜 조례 입법 로비의혹 수사

혹시 모를 클럽 내 마약 거래 여부도 사실 확인 중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경찰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2019.07.27.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경찰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2019.07.27.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클럽 복층 붕괴 사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은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서 업주 등 4명을 입건한 데 이어, 인·허가 과정과 당국의 관리 소홀 여부, 허술한 안전 감독의 단초가 된 '춤 허용 특혜' 조례의 입법 과정을 두루 살피고 있다.

감식 결과 분석을 통해 붕괴 당시 시설 안전실태가 드러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가려지면 수사력은 관련 의혹 규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할 자치단체의 허술한 안전 감독, 특혜 조례 입법 로비 등 확산되고 있는 의혹들이 향후 경찰 수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 사고 원인·경위 파악 '속도'…감식 통해 최종 확인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는 30일 업주 A(51)씨 등 관계자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7일 오전 2시39분께 클럽 시설물에 대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본부는 A 씨 등이 안전 규정을 어기고 시설물을 소홀히 관리했으며 복층 구조물을 임의로 용도 변경, 증축해 사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천장에 고정된 사각형 철제구조물 4개와 철골·목재 상판(복층 바닥)의 각 모서리에 연결된 용접 부위가 떨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수사본부는 추정하고 있다. 또 상판을 바닥에서 지지하는 기둥 구조물이 전혀 없어 붕괴 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등과 벌인 합동 감식을 통해 구조물 소재, 부실 시공 여부 등을 최종 확인,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밝힌다. 감식 분석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초 나온다.

또 무너진 상판이 불법 증축 구조물 중 일부이며 클럽 내 불법 증·개축이 3차례 가량 이뤄진 사실을 확인한 만큼, 도면 대조 등을 통해 구체적 증·개축 경위를 추가로 파악한다.

수사본부는 사고 당시 붕괴 상판 위에 있던 손님 수, 클럽 업주 3명의 정확한 소유 구조, 안전요원 적정 배치 여부 등도 조사 중이다.
【서울=뉴시스】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에서 복층으로 된 철골·목재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1층 중앙쪽에 위치한 'ㄷ'자형 바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에서 복층으로 된 철골·목재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1층 중앙쪽에 위치한 'ㄷ'자형 바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 '관리·감독 책임' 구청도 수사 대상

수사본부는구청의 인·허가 과정 상 문제, 관리·감독 소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 서구청 위생·건축과 등 전·현직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서구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클럽 내 3차례 불법 증·개축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붕괴된 복층 구조물도 불법증축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구의 안전 지도·감독이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016년 1월 영업을 시작한 해당 클럽에 대해 서구는 시설물 안전 점검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으며,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한 특별점검도 영업 준비 시간대에 형식적으로 진행했다. 영업 관련 조례에 명시한 안전 규정(1㎡당 1명 입장 제한, 100㎡당 안전 요원 1명 배치)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클럽이 3년간 지도·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구청이 감독 소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본부는 식품위생법·건축법 및 시행령과 춤 허용 조례 등 관계 법령을 검토해 관련 공무원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서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 행정당국이 해당 클럽의 변칙 영업을 합법화 시켜주기 위한 특혜 조례를 제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춤을 출 수 없는 '일반음식점'인 이 클럽은 관할구청의 '춤 허용' 조례 제정 일주일 만에 '춤 허용업소' 변경을 신청, 변칙 영업이 합법화됐다. 사진은 광주 서구가 해당 클럽에 발급한 춤 허용업소 지정증. 2019.07.29. (사진 = 독자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서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 행정당국이 해당 클럽의 변칙 영업을 합법화 시켜주기 위한 특혜 조례를 제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춤을 출 수 없는 '일반음식점'인 이 클럽은 관할구청의 '춤 허용' 조례 제정 일주일 만에 '춤 허용업소' 변경을 신청, 변칙 영업이 합법화됐다. 사진은 광주 서구가 해당 클럽에 발급한 춤 허용업소 지정증. 2019.07.29. (사진 = 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 '춤 허용 조례' 특혜 입법 논란…로비 있었나?

수사본부는 지난 29일 광주 서구의회로부터 춤 허용 조례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 확보된 자료는 조례 제정 제안서, 공청회 회의록, 조례 제정 당시 회의록 등이다.

지난 2016년 7월11일 제정·시행된 춤 허용 조례 중 부칙 조항에는 특례를 가장한 '특혜'가 담겨져 있다.

조례 2조에서는 춤 허용업소를 '영업장 면적이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 중 손님이 객석에서 춤출 수 있는 곳'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칙 2조(150㎡ 초과 춤 허용업소 지정에 관한 특례)에는 '조례 시행 이전 일반음식점은 면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예외를 뒀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해당 클럽은 면적 504.09㎡의 기존 일반음식점으로서 조례 제정 일주일 만에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변경, 지정됐다. 이 조례에 근거해 서구에서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중인 곳은 해당 클럽을 비롯해 단 2곳 뿐이다. 

수사본부는 이 조례가 업주의 이용객·시설물 안전관리 소홀과 행정당국의 소극적인 지도·점검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아울러 춤 허용 지정 업소 지정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 지, 입법 과정서 로비 또는 금전거래는 없었는 지 등을 들여다본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는 지난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 전후 내부 CCTV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이번 붕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사진 =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 제공 영상 캡쳐) 2019.07.28.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는 지난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 전후 내부 CCTV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이번 붕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사진 =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 제공 영상 캡쳐) 2019.07.28. [email protected]

◇ 클럽 내 마약 거래 의혹도 규명

수사본부는 해당 클럽에서 일명 '물뽕(GHB)' 등 마약 유통 여부도 확인 중이다.

이를 위해 광주경찰청 마약수사대 인력이 투입됐다. 수사본부는 클럽 내에서 술병·술잔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류 감정을 의뢰했다.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로 마약류 간이시약검사를 한 결과는 '음성'이었다.

클럽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도 확보, 수상한 정황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수사본부는 최근 클럽 내에서 마약 거래와 복용 등이 잇따르고 있는 점, 사고 현장이 클럽인 점 등으로 미뤄 명확한 사실 확인 차원에서 마약 수사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모 클럽에서 복층 상판 구조물이 벽쪽으로 무너지면서 2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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