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이스라엘의 동시다발 호출기 폭발 ‘빨간 버튼 계획’의 일부

등록 2024.09.23 04:15:59수정 2024.09.23 05:32:3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빨간 버튼, 오랜 기간 적에게 침투시켜 필요할 때 폭발시키는 것’

이스라엘 10여년간 헤즈볼라의 물품 공급 네트워크 지도 파악해 침투

호출기 생산 공급에 관여 기업들, 폭발 공격 관련 아는지도 불분명

[베이루트( 레바논)=AP/뉴시스] 이스라엘 군에 폭격당해 숨진 헤즈볼라 지휘관의 21일 베이루트 장례식에서 헤즈볼라 대원과 지지자들이 관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4. 09.23.

[베이루트( 레바논)=AP/뉴시스] 이스라엘 군에 폭격당해 숨진 헤즈볼라 지휘관의 21일 베이루트 장례식에서 헤즈볼라 대원과 지지자들이 관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4. 09.23.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21일 레바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한 호출기(삐삐)는 이스라엘의 장기간에 걸친 헤즈볼라에 대한 침투 노력의 결과라며 ‘빨간 단추’ 계획을 확인시키는 단서가 됐다고 보도했다.   

현직 및 전직 보안 관계자들은 이번 폭발 공격이 헤즈볼라에 침투하기 위해 조작된 전자 장치와 유럽의 유령 기업을 참여시킨 10여년 노력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침투 잠복시킨 후 활성화하는 ‘빨간 단추 능력’

지난 17일과 18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으로 폭발한 호출기와 무전기는 이스라엘 헤즈볼라에 침투하기 위해 얼마나 수십 년에 걸쳐 정교하게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단서라는 것이다. 

부서진 전자 제품을 보면 대만의 제조업체, 이스라엘 정보부의 공급 혐의를 위장하기 위한 헝가리의 유령 회사, 또 다른 불가리아의 판매 담당 의혹 회사 등이 등장한다. 

이스라엘 현직 및 전직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다각적인 노력은 이른바 ‘빨간 버튼’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빨간 버튼’ 능력이란 수년 간은 아니라도 수개월 적에게 잠복 침투해 있다가 활성화되어 파괴력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빨간 버튼’을 누르는 공격은 일반적으로 더 광범위한 공세의 시작으로 설계되고 후속 군사 작전을 전개하기 위해 적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빨간 버튼’은 원하거나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개념이라고 호출기 작전을 알고 있는 전직 이스라엘 관리가 말했다.

그는 이번 폭발이 상당한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미리 구상하고 있던 종합 계획의 일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왜 이번 주 빨간 단추 눌렀는지는 불분명

이스라엘이 이번 주에 왜 ‘빨간 버튼’을 눌렀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다만 수천 개의 호출기를 소형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급조폭발물)로 바꾸는 것이 헤즈볼라에 의해 감지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17일 호출기 폭발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2800명이 부상당했다. 18일 무전기 폭발로는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450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은 연이틀 ‘폭발 공격’ 이후 20일 베이루트 표적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휘관 2명과 대원, 어린이 등 30명 이상이 사망했다.

다만 호출기와 무전기 폭발 이후 이스라엘 군대가 레바논에 대규모로 침입하지는 않았다.

10여년간 헤즈볼라의 물품 공급 네트워크 파악 후 접근 방법 모색

전직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리는 이번 폭발 공격은 헤즈볼라의 통신, 물류 및 조달 구조를 침투하기 위한 다년 간 노력의 정점을 보여준다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호출기에 폭발물을 넣기 훨씬 오래 전에 정보기관 모사드와 다른 기관들이 헤즈볼라가 필요로 하는 것, (기술) 격차가 있는 것, 어떤 유령 회사와 협력하는지, 그 회사는 어디에서 있고 누구와 연락하는 지 등을 자세히 알아냈다.

그런 후 유령회사들간의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스라엘과의 연관성을 숨기고 헤즈볼라의 구매 담당자에게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폭발한 호출기와 관련된 유럽 기업의 설립자들은 통신 장비 공급업체 관련 배경이나 혹은 이스라엘 정부와의 관련성이 거의 없다. 이들이 헤즈볼라 공격에서 자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WP는 전했다.

유령 회사나 회사 설립자들도 자신들의 역할도 모른채 이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 요원 중 다수가 병원에 입원했고 다른 사람들은 조직이 입은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이 조직과 관련된 사람들은 호출기 공격을 당한 것을 놀라운 보안 실패로 보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 선적물이 도착했을 때 어떻게 확인하지 않았을까?”

헤즈볼라와 한 레바논인은 “헤즈볼라는 드론과 미사일을 제조하는 기술적 능력이 있다. 어떻게 이런 침해를 감지하지 못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작전의 세부 사항 아직 불분명

작전에 대한 주요 세부 사항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스라엘이 호출기 배송을 가로챘는지, 이스라엘 정보 기관이 유령 회사를 통해 폭발물이 심어진 장치를 제조 조립하는 계획을 실행했는지 등이 포함된다.

뉴욕타임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직접 장치를 제작하고 헤즈볼라를 속이기 위해 가짜 회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공개적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보안 관리들은 호출기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작업은 노출이나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