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굿바이]④단기 불확실성 덜었지만 경제 도전 '산적'
단기적 경기 개선돼도 무역 등 미래 관계 협상 '미지수'
전환기 동안 '무역 합의' 불발 시 무역 장벽 우려
유럽 시장 전반적 위축 불가피...'세계화 쇠퇴' 시사도
[브뤼셀=AP/뉴시스]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에 EU기와 영국기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2020.1.29.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결별하지만 브렉시트는 영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전망이다.
31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이행으로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둘러싼 단기 불확실성은 덜겠지만 향후 양측 간 경제적 관계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무역 협상이 또 다른 도전으로 남아 있다.
경제전망업체 EY아이템클럽의 마크 그레고리 영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경제: 조금 더 명확해졌지만 여전히 미지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영국의 경우 당장은 약간의 경기 개선이 기대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브렉시트 첫 단계의 명확성이 단기적으로 경제 활동을 촉진할 전망"이라며 "2020년 초반에는 영국 경제가 개선 징후를 보이겠지만 EU와 영국의 장기적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합의를 비롯한 광범위한 정책 의제를 놓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점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브렉시트 이후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영국 정부가 사회기반시설 및 기업 투자와 소비자 지출 증대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버=AP/뉴시스]28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남부 도버항에 화물트럭들이 선박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다. 2020.1.29.
31일 브렉시트는 영국의 EU 탈퇴를 법적으로 공식화하는 것일 뿐 전환기(올해 12월 31일까지) 동안 양측 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양측은 연말까지 미래 관계 협상을 마쳐야 하는데 합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경제적 영향도 달라진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한 내 협상이 결렬되고 과도기 연장마저 무산되는 상황이다. 이른바 '무역 합의 없는'(no-trade-deal)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의존하게 된다. EU 단일시장에서 한솥밥을 먹던 때와 비교해 높은 무역 장벽이 갑자기 양측 간 세워진다는 의미다.
노딜 경고는 브렉시트 협상 초기부터 계속된 바 있다. 영국 노동조합회의(TUC)는 특히 무역 합의가 무산될 경우 관세 또는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서비스, 농식품과 자동차·의약·화학 등의 제조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 관계 협상이 일정대로 타결되면 영국과 EU는 2021년 1월 1일 질서있게 최종적 작별을 고한다. 하지만 브렉시트 사실 자체만으로 영국과 EU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브렉시트: 모두가 잃지만 영국이 가장 많이 잃는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영국과 EU 모두에 피해를 입히겠지만 EU보다는 영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게 경제 학계의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PIIE는 "브렉시트는 EU 시장의 위축을 시사한다"며 "EU 27개국의 규모가 영국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국은 산업 생산성, 해외 무역, 생산, 임금, 민간 소비 등에서 EU보다 훨씬 많은 손해를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EU 27개국 기업들은 EU 내부 교역 및 제3국과의 무역 증대를 통해 영국 수출입 손해분을 만회하겠지만 영국은 이보다 훨씬 적은 몫의 손해분 만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맨체스터=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총선 유세 중 지미 에건 복싱 아카데미를 방문해 권투 글러브를 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19.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의 잠재력을 일깨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작년 12월 조기총선 당시 EU 탈퇴로 얻을 '자유'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와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강화하고 기업하기 훨씬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에 딱히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월 '세계 경제 전망'(WEO)에서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방지를 미중 무역 갈등 추가 고조 예방, 지정학적 긴장 억제와 함께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주요 요소로 지목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경제자문은 가디언에 브렉시트는 영국 국내 문제인 것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며 경제적 세계화가 당연시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브렉시트 절차는 경제 정치적 분열이 동반하는 위험을 보여준다"며 만약 글로벌 경제 균열이 점점 더 심화한다면 효율적인 경제적 상호작용이 약화되고 국경을 초월한 재정 흐름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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