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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다른 관점' 보수언론 출신 기용…현직 직행 비판도

등록 2020.02.06 16: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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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김의겸→고민정에 이어진 네 번째 대변인

언론인 출신 대변인 기조 유지…靑 "개인 능력 평가"

文대통령 "길들여진 목소리 아닌 새 관점 제공 원해"

권언유착 비판 제기…靑 "개인 능력 인정해 기용"

[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06. dahora83@newsis.com

[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대변인으로 중앙일보 강민석 전 부국장(54)을 임명한 배경에는 길들여진 목소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국정 현안을 다뤄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진보 성향의 언론사에서 주로 기용했다면, 이번에는 보수지에서의 인재 발탁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를 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로 직행하면서 '권언유착(勸言癒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일 강 부국장을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정치인 출신이었던 박수현 초대 대변인을 제외하고, 김의겸·고민정 전 대변인 모두 언론인 출신이었으며 이번 역시 현직 언론인 출신이 청와대로 오게 됐다.

강 대변인은 지난 2일 언론사에 사표를 냈고, 일주일도 채 안 돼 임명됐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는 '전문성'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언론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쌓아온 언론인이라면 공직자 등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출신의 강 대변인은 경성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경향신문 입사 이후 중앙일보로 한 차례 자리를 옮겼다.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를 지내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현재 여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강 대변인은 92년 경향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2000년 중앙일보로 옮겨 취재·보도하는 등 오래 언론 활동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면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대(對) 국민소통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도 이 같은 인식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권력에 야합하는 게 아니라 언론 영역에서 공공성 살려온 이들이 역시 공공성을 제대로 살려야 하는 청와대로 와서 청와대의 공공성을 잘 살릴 수 있게 해준다면 그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메시지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재가공돼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이 때문에 대변인직에는 어느 자리보다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의 욕심은 청와대에 정말 가장 유능한 사람들을 모시고 싶은 것"이라며 출신을 떠나 전문성이 인재 등용의 기준점이 됐다는 점을 거듭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강 대변인 임명과 관련해 "개인의 경험과 능력을 하나의 자산으로 평가하고 기용했다"며 "사회적 자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적인 일을 위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 대변인에 강민석 전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를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2.0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 대변인에 강민석 전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를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아울러 그간 진보지 출신의 언론인들이 대거 청와대로 입성했다는 비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MBC 논설위원)과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한겨레신문 선임기자)을 임명할 당시에도 현역 기용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김의겸 전 대변인도 한겨레신문 출신이었다.

이에 따라 다른 성향 신문의 언론인을 기용함으로써 다각적 시각을 확보하겠다는 포석도 밑바탕에 깔렸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에서 길들여진 사람들 간의 한목소리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비판 언론의 관점을 제공받는 것이 좋겠다"며 언론인 출신 대변인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보수 성향의 매체에 소속된 언론인을 등용한 것과 관련 '보수층 달래기 의미도 담긴 것인가'라는 질문에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없다"며 "중앙일보는 중앙일보고, 강민석 기자는 강민석 기자다. 개인의 능력을 인정해 기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현직 언론인 청와대 직행을 두고 이번 역시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KBS 출신 민경욱 대변인과 MBC 출신 정연국 대변인을 기용하는 과정에서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똑같이 비판 목소리를 냈던 만큼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그러나 이 고위관계자는 "그 당시(박근혜 정부)에 권언유착을 지적했었다"며 "문 대통령도 실제 그런 권언유착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그것이 저는 실천됐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직 언론인을 데려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저도 비판한 바 있었다"며 "그러나 그런 권언유착 관계가 지금 정부는 전혀 없다고 저는 자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 발표 직후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즉각 논평을 내고 "청와대 대변인 임명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인사는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이라는 나쁜 기록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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