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보호대 한 조주빈, "감사" 운운…죄책감 없는 철면피
오전 8시 종로서 앞에 포토라인 서
별안간 손석희·윤장현·김웅 등 언급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하다"
'죄책감 느끼지 않냐' 질문엔 무응답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은 검찰에 송치되는 25일도 한 톨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기색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면서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은 고개를 들고 현장에 모인 취재진을 바라보며 준비한 할 말을 읊었다.
자주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를 입고 목에는 부목을 덧댄 채였다. 최근 유치장에서 볼펜을 삼키는 자해를 시도한 여파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도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조주빈은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피해자에 앞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언급하며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어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하다"며 끝까지 스스로를 악마화하고 포장하는 태도를 지속했다.
'살인 모의 혐의도 인정하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냐', '미성년 피해자가 많은데 죄책감 느끼지 않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히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2~3차례 힘주어 물어도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조주빈이 카메라 앞에 선 사이 종로서 밖에서는 "XX할 새끼다" "X새끼다"라는 거친 욕설과 고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종로서 밖에 모인 시민단체들은 "박사 조주빈은 시작일 뿐이다", "집단 성폭력을 방조하고 가담한 텔레그램 방 입장자 전원을 강제 처벌하라"는 구호를 목소리 높여 외쳤다.
조주빈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돈을 받고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검거 직후까지 자신이 박사임을 부인하다가 조사 과정에서 시인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조주빈에게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및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가 적용됐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74명, 미성년자는 이 중 16명이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오후 2시께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도 충분히 검토했으나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으며,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조주빈의 신상공개는 지난 16일 검거 후 8일 만이다.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조항(제25조)에 따른 최초의 신상공개 사례다.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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