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팔아야 하나 버텨야 하나'…고민에 빠진 다주택자들

등록 2020.04.21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여당 '압승' 집값 규제 정책 탄력…"다주택자 세금 부담 증가"

1월 서울 아파트 증여 1632건…강남서 고가주택 증여 활발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난 4·15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대 여당의 출범으로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집값 안정화를 위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더욱 속도감을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를 직접 겨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투기로 변질되는 돈줄을 옥죄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해 세금 부담 강화 등 규제 정책 기조가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들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늘려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매물 잠김 현상 해소와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에 당장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정부 입장에서 공급을 늘리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종부세율이 더 높아지고, 세금 부담 상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강화 법안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9억원 이상의 집을 보유한 고가주택 보유자들과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 담긴 종부세법 일부개정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을 통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일반 주택 세율 0.1∼0.3%포인트(p) 인상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세율 0.2∼0.8%p 인상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 부담 상한 200%에서 300%로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종부세율과 세금 부담 상한선도 상향 조정된다. 구간별로 0.1∼0.3%p올라 1주택자의 경우 과표에 따라 0.6%(3억원 이하)에서 0.8%(3억∼6억), 1.2%(6억~12억), 1.6%(12억~50억), 2.2%(50억~94억), 3.0%(94억 초과)로 각각 0.1%p에서 0.3%p씩 조정된다.

또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0.2%p에서 0.8%p로 종부세율이 인상폭이 더 크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올라간다.

올해 종부세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종부세 납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종부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따라 5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종부세 강화 법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주택 매매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상 매매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이전하기까지 약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이달 말이 마지노선인 셈이다. 보유세는 매년 6월1일 보유 기준으로 납부자와 납부액이 결정된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등 증여로 선회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1632건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1327건에서 305건이 늘어났고,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월 기준으로 3번째로 높은 수치다.

2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전달대비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562건) 대비 139.7% 증가한 1347건으로 나타났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의 경우 증여건수는 148건(지난해 12월 기준)에서 230건으로 55%나 증가했다. 정부의 거듭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일부 다주택자들의 기대심리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에도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과 정부의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절세 매물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종부세 강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집값이 본격 하락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세를 부담하며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 일부가 절세 매물로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정부의 집값 안정화 규제 대책이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 대책 시행과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집값이 본격 하락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세를 내며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단기적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 가운데 양도세 중과 유예 절세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물 경기 위축에 따라 종부세 완화 대상과 세율 등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