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비웃는 '전셋값'…주거비 부담 '월세화' 불지피나?
서울 아파트 전셋값 52주 연속 '상승세'
매물 부족·전셋값 상승, 주거비 부담 ↑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인중개소 모습. 2019.09.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세 매물이 전혀 없어서 월세도 고려하고 있어요."
서울 마포구 송파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회사원 박모(46)씨는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주인이 기존 보증금보다 2억원 비싼 9억원에 재계약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의 전세 매물을 구하기 위해 인근 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업소를 다녀봤지만, 전세 물건 자체가 없는 데다 보증금 시세도 9억원을 호가했다.
박씨는 "사실상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집값이 껑충 뛰더니 전셋값도 덩달아 뛰면서 주거 부담이 커졌다"며 "전세 매물이 없을뿐더러 대출도 쉽지 않아서 결국에는 월세살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세입자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장기화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강화, 청약 대기수요 증가 등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세 물건을 보증부 월세인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보유세 부담 증가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월세나 반전세가 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특히 6·17 부동산 대책 직후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해 실거주에 나서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6·17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해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집주인들의 실거주 의무화에 따라 전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전셋값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이번 주까지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0.08% 올랐다.
서초구(0.19%), 강남·송파구(0.11%) 등 강남4구 지역은 전세 전환과 청약 대기수요 등의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마포구(0.12%), 노원구(0.11%), 구강북(0.08%), 성동구(0.07%) 등도 전셋값이 상승했다.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도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매매거래량에 따르면 전달 전월세 거래량은 17만747건으로 집계됐다. 전월(17만216건) 대비 0.3%, 전년 동월(15만8905건) 대비 7.5% 오른 것이다. 또 5년 평균(14만2443건) 대비 19.9% 상승했다. 5월 누계 전월세 거래량(93만8477건)은 전년 동기(85만3808건) 대비 9.9%, 5년 평균(76만1781건)보다는 23.2% 증가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5만7426건)의 거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월에 비해 17.3%, 전년 동월에 비해 60.8% 각각 늘었다. 아파트 외 주택(2만6068건)은 전월 대비 6.1%, 전년 동월 대비 21.9% 증가했다. 5월 누계 기준으로 아파트 거래량(34만9641건)은 전년 동기 대비 114.6%, 아파트 외(13만2659건)는 33.5% 각각 증가했다.
전세 매물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1로, 지난달 평균인 158.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덩달아 전세 물건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시장에서는 6·17 정책이 혜택은커녕 전셋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거나 월세 비용이 늘어나는 등 주거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택 임대차시장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 강남지역에서 번지고 있는 월세화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등 잇단 규제와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전세 물량이 갈수록 줄어든 반면, 청약 대기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수급 전세시장 불안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초저금리에 보유세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같이 받는 반전세를 선호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은 서울에서 외곽지역과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되고, 월세화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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