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 좌초…공정성·강제수사권 한계(종합)
서울시 "피해자단체 불참 유감…인권위 조사 적극협조"
"자체조사단 구성 없을 것…권한대행도 조사 응할 것"
피해자측 "서울시는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 주체 아냐"
"서울시 공무원 진실 말하기 어려운구조…조사단 불참"
송다영 실장, 피해자 변호사에 접촉…객관성 떨어뜨려
송다영 "기자회견 미뤄달라는 것…취소 요청은 아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22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 지원 단체 2차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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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조사단 구성의 공정성, 강제수사권 부재의 한계, 피해자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결정 등이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의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추후 인권위 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는 22일 오후 4시 서울시청에서 '피해자 지원 단체 2차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시는 피해자 지원 단체의 진상규명 조사단 참여 거부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시는 하루 빨리 적극적인 조사와 진실규명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그것은 지금의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서울시 직원이기도 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고 공직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은 언제라도 요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이 좌초한 데는 공정성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조사 대상자가 돼야 할 서울시가 스스로 조사단을 꾸리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성추행 피해자는 4년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성추행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했다. 비서실에서 근무했을 당시 17명, 부서이동 후 3명 등에게 성추행 피해 내용을 자세히 밝혔지만 그 누구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담당자들은 '남은 30년 편하게 해줄 테니 비서로 다시 와라', '몰라서 그랬겠지. 이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 관련해서는 시장에게 허락을 받아라' 등 책임에서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피해자 보호 여성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조사 대상이 될 서울시 직원들이 책임있는 자세로 사실을 전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민관합동조사단 불참을 선언했다.
이 소장은 "서울시 구성 조사단에게 조사 대상이 되는 서울시 공무원은 명명백백히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판하며 민관합동조사단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는 4년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전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부서를 이동하지 못하고)위력적인 구조였음이 드러났다. 이 구조가 바뀔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게 될 조사 대상에 대한 진실조사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22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 지원 단체 2차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 있다.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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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에서는 제외됐지만,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주무 부서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실장이 가해자 측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직접 피해자 측에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객관성을 상실할 수 있는 요소다.
앞서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사건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6일 "고소인 측 기자회견 당일인 13일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다"고 밝힌 바 있다.
송다영 실장은 이에 대해 "이미 제가 연락했을 당시 기자회견이 공식화됐다"며 "기자회견을 늦춰달라고 한 것이지, 인버튜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송 실장은 "사실 그 때 시장님이 선산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제일 슬펐던 순간은 시아버님이 산소에 묻힐 때가 제일 슬펐던 것 같아서 그 시간까지만 조금 늦춰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22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 지원 단체 2차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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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소장은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인지 초기 피해자에 대한 보호 등 임시조치는커녕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크게 확산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에 의한 성폭력 문제제기 과정과 그 직후까지도 시장 중심의 구조와 체계가 우선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변인은 "서울시는 지금 사태에 책임 있는 주체로서 조사, 수사 모든 과정에 적극 협조하겠다. 성차별·성희롱적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자체적인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 단체와 별도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황 대변인은 "피해자 지원단체에서 분명히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에서 원하는 방향이 서울시가 아닌 제3의 국가기관에서 조사하는 그런 뜻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권위에서 피해자 보호단체에서 주장하시는 대로 진정이 된다면, 그렇게 될 경우 인권위 조사에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자체 조사를 펼치는 것은 인권위 조사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권한대행이 조사 대상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피해자 측 단체는 박 전 시장에 의해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닌 제3자 외부 국가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다음 주 인권위에 조사범위 및 대상, 재발방지 대책 등이 담긴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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