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병원들, 신원미상환자 시신 수십명씩 가매장
코로나19 감염급증에 종합병원들 집단 묘지도 마련
"신원확인 못해 가족이 찾을 경우 대비" 사진 촬영
[ 과테말라시티= AP/뉴시스] 과테말라 시티의 라 베르베나 공립묘지 입구에 서 있는 시신운반용 차량들. 과테말라의 대형병원들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신원미상자들의 시신 처리를 위해 임시로 얼굴부분이 투명한 시신용백에 넣었다가 이곳으로 옮겨 매장하고 있다. 시신은 "XX"란 기호로 분류되며 이 곳에서도 번호만으로 표시된다.
이는 혹시 나중에라도 사망자의 가족이나 친척이 이들을 찾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병원 측은 밝히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종합병원에서는혼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 가운데 병이 너무 위중해서 자기 신원이나 정보를 말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의 사진을 직원들이 촬영하기 시작했다. 신원 미확인 시신들은 마침내 유족이 찾아 올 경우를 위해서 얼굴 부분만 투명한 창문처럼 되어있는 시신용 바디 백에 넣은채 한 자리에 모아둔다.
코로나 방역 규칙상 사망자는 최대한 빨리 매장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 때문에 상황이 더욱 어렵다고 관리들은 말한다. 과테말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만7000여명, 전국 사망자 수는 1800명이 넘는다.
수도 과테말라시티 최대 병원인 산후안 데 디오스 병원에 있는 63명의 신원미상 사망자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4월 25일 숨진 20대 여성도 그런 방식으로 매장되었다.
보건복지부의 바이런 푸엔테스 공립묘지국장은 지금까지 묻힌 41명의 남성과 22명의 여성들은 아직까지 찾는 사람도 없이 다만 " XX"로 표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시신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보관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과테말라의 또 다른 대형병원인 루스벨트 병원의 병리학과장 루이스 차베스 박사는 직원들이 유족들이 미확인 사망자 친척을 어떻게든 찾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상의 이유로 시신보관 백을 열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가족이 찾아 올 경우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시신보관 백의 얼굴 부분을 투명하게 만들어 보관한다고 말했다.
몇 주일 전에는 택시를 타고 병원에 혼자 온 여성환자가 입원 직후 숨진 일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XX"로 표기한 그녀의 시신을 규정상의 이틀 기한을 넘기면서 보관하고 있는 중에 다행히 유족들이 찾으러 왔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들은 얼굴 부분이 보이게 된 시신용 백의 사진을 보고 그녀를 찾아냈다.
병원 측은 죽은 뒤 6시간 이내에 가족들이 찾으러 오지 않는 시신들은 냉동 트레일러 차량에 임시로 보관하기 시작했다.
병원들은 사망자 신원을 찾기 위해 국가 데이터베이스의 지문이나 신분증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 국립 주민 등록소를 통해 사람을 찾으려면 판사, 검사, 또는 법의학연구소 등 관련 공무원의 허가증이 필요하다.
AP통신 기자가 직접 확인한 한 시신의 사망진단서에는 성별과 대략의 추정 나이만을 표시한 채 " XX XX, XX XX"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현재 수도권 신원미상 시신들은 수도의 베르베나 묘지에 지정된 장소에 깊이 매장되고 있다. 외딴 집 몇 채만이 있는 수풀이 우거진 이 지역의 묘지는 묘석 하나 없이 번호만 표시되어 있다. 당장 시신을 찾으러 온 가족들도 찾아 낼 수 있는 단서가 너무 적다.
더구나 감염병 사망자는 이장이나 재발굴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이를 허락받으려면 법원의 예외적 허가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병원들이 매장한 시신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직원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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