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그들만의 리그' 안 된다
오는 12월 차기 위원장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노동계 안팎에선 이렇게 되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합원 100만명을 돌파해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이지만, 향후 3년간 이 조직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 선출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못해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절규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은 왜 민주노총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동안 민주노총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민주노총은 22년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던 노사정 합의를, 협약식을 불과 15분 앞두고 걷어찼다. 노사정 합의를 둘러싼 내부의 극심한 이견 탓이었다.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시종일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명환 전 위원장은 결국 사퇴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 8월 중순 방역당국의 자제 촉구에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면서 민주노총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실제로 이 집회 참가자 중 한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바 있다.
일련의 사태가 계속되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입지도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번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민주노총의 앞날 또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간 진행한 후보 등록에는 총 4개조가 이름을 올렸다. '4파전' 구도로 이들은 크게 '대화파' 1개조와 '투쟁파' 3개조로 나뉜다.
우선 산별노조 대표자 그룹에서는 김상구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필두로 지도부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불참과 교섭 없는 투쟁 일변도의 조직 투쟁 관성을 넘어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회적 대화 참여 등 새로운 방향과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민주노총이 보다 강력한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기조다.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 조직인 '전국회의'(민족해방·NL) 그룹에서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출신인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이 위원장 후보로 나섰다. 전국회의는 지난 7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추인에 강력 반대한 바 있다.
여기에 좌파(민중민주·PD) 계열로 현장파로 분류되는 그룹에서는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처장이 위원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 특별위원회 그룹에서는 이호동 전 민주노총 전해투 위원장이 후보로 나섰다.
4개조 후보군 중에서 대화와 소통, 그리고 변화를 얘기하는 후보는 단 한개조에 불과한 것이다.
김명환 전 위원장도 지난 7월24일 사퇴의 변을 통해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이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에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집행력에 한계를 느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내부가 변화를 필사적으로 거부했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코로나19 시대. 민주노총이 앞으로도 대정부 투쟁단체에 머물 생각이라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협상을 통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해내고, 대화와 소통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부 계파간 이해관계를 초월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노동자의 편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번 위원장 선거는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 향방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환 전 위원장 얘기처럼 "성장통"을 제대로 겪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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