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당정 불협화음에 사의 표명 초강수…부동산 여론악화도 부담
대주주 요건 10억 유지 가닥 잡히자 국회서 사의 표명
재난지원금·통신비 지급 등 정책결정서 여당과 엇박자
부동산 정책 부작용에 따른 여론 악화도 부담 된 듯
"갑론을박에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 필요해 사직서 제출"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당정청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당과 계속된 엇박자를 낸 데 대해 무력감을 느끼고 초강수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오늘 사의 표명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정부와 여당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내년부터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을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홍 부총리는 당초 계획에 따라 대주주 요건 3억원 확대 방침을 고수했지만 여당은 연말 주식 시장이 요동칠 것을 우려해 10억원을 유지, 2023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당초 정부는 3억원 기준에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쳐 과세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으나 '현대판 연좌제'라는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그럼에도 대주주 요건 확대를 두고 계속해서 정부와 여당이 이견을 보였고, 결국 여당의 요구안대로 대주주 요건 10억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해졌다.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부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email protected]
홍 부총리와 여당이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충돌한 것은 이 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정에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을, 여당은 전 국민 대상을 고집했다.
전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집행이 이뤄졌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홍 부총리의 사퇴를 거론했고, 홍 부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맞서기도 했다.
지난 7월 금융세제 개편안을 발표 때도 애초 주식 양도소득세 기본공제액을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가 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지만 민주당 내부의 반대가 컸던 탓이다.
홍 부총리는 4차 추경 편성 당시에도 통신비 2만원을 전 국민에게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만 16~34세 및 65세 이상' 선별 지급으로 노선을 바꾼 바 있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무색하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여론이 악화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3. [email protected]
특히 홍 부총리는 본인 소유 경기도 의왕 아파트를 처분하는 동시에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직접 겪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의왕 아파트와 세종시의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1가구 2주택자인 홍 부총리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팔려 했지만 전매 제한 규정에 처분하지 못했다. 전세를 주던 의왕 아파트를 매도하려했지만 세입자가 2년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처분에 애를 먹었다.
결국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기로 입장을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 측에서 이사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지급했다고 알려지면서 '퇴거위로금'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사의 표명과 관련해 "(대주주 요건을 두고) 2개월간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늘 사의 표명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10억원으로 갑니다'라고 말하는 건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반려하고 재신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데 있어 경제사령탑으로서 소임을 다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홍 부총리가 이번 재신임 과정을 거치면서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 힘이 실릴지 관심이 쏠린다.
[세종=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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