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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이 죽었습니다" 1580억 먹튀 피해자 눈물(종합)

등록 2020.11.13 15: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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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부업체 대표에 징역 20년 구형…"죄질 나빠"

피고인 "사과할 기회 준다면 적은 금액이라도 갚겠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전주 400억 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대부업자 대표 A 씨(47세)가 8일 전북 전주시 덕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전주지방법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경찰관들에게 안내를 받으며 유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0.06.08.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400억원대 투자 사기행각을 벌인 대부업자(47)가 8일 전북 전주시 덕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전주지방법원으로 가기 위해 경찰관의 안내를 받으며 유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0.06.08.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재판장님, 이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있는 지는 아시죠? 그거 꼭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전북 전주와 인천에서 158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대부업체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숨진 피해자의 아내가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13일 오후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 심리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7)씨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피고인은 회사를 설립·운영하면서 다수의 피해자를 끌어모아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주범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 역시 본부장으로서 투자금을 관리하는 등 범행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상당한 재산상 피해는 물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피고인은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 바가 거의 없고 막대한 이득을 취득하고도 돌려막기를 하느라 실제 취득 금액은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더 많은 피해자를 모으기 위한 범행 방법일뿐이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동종 범죄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범에 이르러 피고인의 범죄 전력과 범행 수법, 기간, 태도에 비춰보면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A씨에게 징역 20년과 1395억5640만4872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A씨 측 변호인들은 최후 변론에서 "두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다만 피고인은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지인들과 보험 관련 업무를 시작, 투자금 관리를 맡았으나 사고방식 차이로 결별한 후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인 명의의 계좌를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좌를 이용당한 부분이 있고, 상당수 투자자에게 약속 원금 및 수익을 돌려줬기에 상당수 피해가 복구됐다고 볼 수 있다. 당장의 피해 복구는 어렵지만 (죗값을 치르고) 나오면 평생에 걸쳐 갚겠다고 다짐하는 점을 참작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어떤 이유가 됐든 간에 제 큰 욕심이었고 욕심 때문에 잘못된 선택에 의해 여러 많은 분께 너무 큰 피해가 됐다"면서 "피해를 변제할 방법은 없으나 평생 속죄하고 혹시라도 저한테 사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0여분 간의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여성이 손을 들고 일어섰다.

이 여성은 재판장을 향해 "아까 언급된 피해자가 이 사건 때문에 (심장병으로) 사망한 것은 알고 있느냐"면서 "숨진 피해자는 제 남편"이라며 울먹였다. 이어 "(판결할 때) 그 사실을 꼭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27일 오전 9시5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A씨는 2017년 4월께 불특정 투자자를 모집하고 "보험료를 대납하면 수익을 발생시켜 원금의 120%를 수익으로 지급하겠다"는 수법으로 피해자 689명으로부터 총 4324회에 걸쳐 194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유사수신 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또 전주에서 대부업을 운영하던 2018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부업체 직원과 다른 대부업체 대표 등 16명으로부터 투자 명목 등으로 1395억여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돈을 빌려 주면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잠적했다.

피해자의 고소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 전담팀을 꾸리고 잠적한 A씨의 행방을 쫓는 데 주력, 지난 6월6일 경기도 수원시의 숙박업소에서 A씨를 붙잡았다.

과거 전통시장 인근 2금융권에서 일한 A씨는 직원들뿐 아니라 시장 상인들과 몇 차례 소액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은 뒤 이를 빌미로 단기간에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43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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