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뛰어넘는 '엑폭시' 나왔다….반도체 공정 '탈일본화' 성공
생산기술연구원, 소부장 분야 난제 해결 '반도체 패키징' 핵심 기술
삼화페인트공업에 기술이전 '에폭시 밀봉재' 본격 양산 체계 갖춰
일본산의 높은 열팽창계수로 발생하는 뒤틀림 문제 해결
[대전=뉴시스] 생기원에서 개발한 에폭시 수지와 이를 활용해 삼화페인트공업㈜에서 제작한 에폭시 수지 시제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은 반도체 칩을 밀봉해 열이나 습기, 충격 등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에폭시 밀봉재(EMC·Epoxy Molding Compound)'를 국산화하는데 성공, 본격 양산체계에 돌입했다고 16일 밝혔다.
새로운 에폭시 수지 제조 원천기술을 활용해 만든 이번 제품은 일본산 제품보다 열팽창 성능이 우수하다.
개발된 기술은 지난 2018년 10월 도료 제조 전문기업 '삼화페인트공업㈜'에 이전 완료됐으며 그동안 생기원과 삼화페인트공업은 기술고도화 사업을 거쳐 신규 에폭시 수지 4종의 양산 안정화작업을 완료, 이번에 고순도·고수율의 톤(ton)단위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산 에폭시 밀봉재 생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소재들은 온도 상승에 따라 부피 변화가 동반되며 그 변화값은 ‘열팽창계수’고 한다. 반도체 패키징에서는 에폭시 수지의 열팽창계수를 줄이는 것이 공정의 신뢰성과 용이성을 확보하는 관건이다.
하지만 일본산 상용 에폭시는 반도체 칩보다 훨씬 높은 열팽창계수를 지녀 패키징 과정에서 부품 전체가 휘는 불량 문제를 종종 일으켜왔다.
최근 반도체가 점차 대면적화되면서 휨 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기존보다 더 낮은 열팽창계수를 가진 에폭시 밀봉재 개발이 중요해졌다.
생기원 섬유융합연구부문 전현애 박사 연구팀은 10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2018년 10월 새로운 화학 구조의 에폭시 수지를 독자적으로 설계·합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저(低)열팽창특성을 갖는 에폭시 소재 기술을 구현해 냈다. 이어 구현된 원천기술을 삼화페인트공업에 이전해 상용화 가능토록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에폭시 소재 기술은 구성성분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보충재(실리카)의 함량을 높여 열팽창계수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춰으나 이는 점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공정 용이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연구팀은 에폭시 수지 자체의 구조 변화만을 통해 소재의 공정 용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열팽창계수를 반도체 칩과 거의 유사한 '3ppm/℃' 수준까지 조절했다.
특히 개발된 기술은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모든 형태의 에폭시 소재 제조에 활용할 수 있으며, 대량 합성도 용이하다.
이를 활용한 에폭시 밀봉재는 일본산 제품의 한계였던 12인치(inch) 이상의 대면적 패키징이 가능해 향후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제작에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제품 양산 체계가 갖춰진 만큼 생기원은 삼화페인트공업과 함께 해당 제품이 국내외 반도체 시장을 이른 시일내 장악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기술은 현재 국내 특허 14건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해외특허 28건이 등록된 상태다.
전현애 박사는 "일본기업의 영향이 절대적인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뒤바꿀 수 있는 독보적인 원천기술로 소부장의 탈일본화에 속도가 날 것"이라며 "“앞으로 양산된 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정착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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