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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예약하고 가야…콜센터 상담사들 '극한 일상'

등록 2021.01.11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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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우분투비정규센터 상담사 설문

상담 중 이석 금지 52.5%, 화장실 제한 32.7%

"코로나19 예방지침도 현장서 잘 안 지켜져"

3명 중 2명이 "코로나19 불안감 심각하다"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뉴시스DB)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뉴시스DB)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화장실을 한 명 씩 갈 수 있기 때문에 한 명 가면 그 다음에 갈 사람이 예약을 한다. 예약을 못 하면 50~60분 이상 볼일을 참아야 한다. 그거 못 참고 가면 사람들 앞에서 꾸중을 들어야 한다. 성인들끼리 다니는 회사에서 누가 어떤 볼일 보고 오는지 다 말해야 보내주는 게 정상인가."

지난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콜센터 상담사가 겪은 갑질사례다. 콜센터 상담사 303명이 현장에서 겪은 갑질 경험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직장 변화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11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노조 우분투비정규센터는 콜센터119 회원과 콜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3일부터 29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변화 ▲직장에서의 코로나19 방역 ▲코로나19 예방지침 ▲갑질 경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 303명의 현장 상담사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조사에 응한 콜센터 상담사의 85.5%는 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관리자가 휴가 사용을 통제해서'(44.9%), '불이익에 대한 우려'(28.7%), '실적 압박'(27.1%) 순이었다.

절반 이상은 상담 중 이석 금지(52.5%)를 당하고 있었고, 점심시간 외 휴게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는 이들도 50.5%에 달했다. '점심시간 제한(상담이 몰리는 시간 점식식사 제한, 30분 내 점심식사 완료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37.6%였으며, '화장실 사용 제한'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32.7%(99명)에 달했다.

한 상담사는 "가장 힘든 건 화장실 등 자리 비울 때 휴식으로 전환하고 움직이라는 지시"라면서 "점심시간에 '이석·중식'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업무 외 자리를 비울 때 휴식으로 변경하라는데, 잠시 화장실 가는 게 점심시간 같은 휴게시간인가"라고 반문했다. 

코로나19 예방 지침도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배포한 '콜센터 사업장 예방지침 점검표' 9개 항목 중 '노동자 간 투명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가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은 83.8%로 높게 나타났으나,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 부여'는 27.7%, '근무지 내 밀접접촉 방지를 위한 시차출퇴근제 활용'은 3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나 우울감도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콜센터 상담사 3명 중 2명(67.7%)꼴로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우울감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44.9%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노동시간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1.4%로 가장 높았으며, 노동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25.1%였다. 1년 전과 비교해 업무강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58.4%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누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지 물어본 결과에서 49.8%가 '원청회사'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부(29.0%), 도급업체(14.2%) 순이었다.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는 생활방역 행동수칙이 '무급'일 경우 '출근한다'는 응답이 50.5%로 절반을 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 김한울 노무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근로자 간 거리 두기, 아프면 쉬기 등 최소한의 방역수칙이 준수돼야 함에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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