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레이첼 커스크 장편 3부작 '환승'
[서울=뉴시스] 환승 (사진= 한길사 제공) 2021.05.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소설가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 3부작' 제2권 '환승'은 한 삶에서 다른 삶으로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과 이혼한 화자는 두 아들과 런던으로 이사해 정착하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점차 어그러진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집을 구입한 그는 집을 수리하는 동안 두 아들을 전남편에게 보낸다.
계획과 어긋난 삶을 사는 건 화자뿐만이 아니다. 그의 삶에 갑자기 튀어나와 그를 불안하게 하는 주변 인물들도 언제나 삶을 계획하고 미래를 통제하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늘 좌절되고 만다.
화자의 옛 애인 제러드는 여덟 살이 된 자신의 딸을 소개하며 요즘은 다른 학부모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관현악단이었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혹독하게 바이올린 연주를 해야 했기에 딸에게만큼은 그런 경험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제러드는 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다.
화자의 아래층에 사는 60대 부부는 조용하고 한적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들은 화자의 집수리에 온갖 트집을 잡아 방해하고 그를 여러 남자와 어울리는 여자로 취급하면서 욕을 퍼붓는다. 한때는 세련된 사람들이었을 그들에겐 이제 심술만 남아 타인을 지독하게 괴롭히며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가는 삶에서 위기를 겪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어긋나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생을 재건하는 여성의 투쟁을 담았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화자는 온라인 점성술사에게 삶의 방향은 잃어버렸지만 이제 곧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그의 삶을 통과할 예정이라는 메일을 받는다. 이는 스스로 어떤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모습은 우리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결정될 뿐임을 보여주는 예였다. 개연성 없는 사건들이 모여 마지막 장에서 깊은 사유를 만들어낸다. 김현우 옮김, 328쪽, 한길사, 1만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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