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원들 "함장도 산소호흡기로 버텨" 토로
격리 중인 청해부대원들 대상 전화 인터뷰
급속 확산, 감염경로, 확진 과정 등 드러나
[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해외파병 중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귀국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20일 밤 대전시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1.07.20. [email protected]
A간부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감기 증상자가 많이 생기고 난 이후에 함정 특성상 어쩔 수 없이 3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너무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많은 환자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B간부는 "침실을 36명까지도 같이 쓰게 설계돼있다. 화장실도 시간을 나눠 쓰지만 그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상황이 아니니까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면서 확진자가 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화장실 손잡이, 식당, 침실 등은 같이 사용하니까 그런 식으로 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C간부는 "조리병 (유증상자) 발생 후 같은 침실을 쓰다 보니 감기환자가 발생했는데 코로나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환자가 80명 정도 생기고 급속도로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승조원들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들여온 식자재와 물품 등을 감염원으로 보고 있었다.
[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해외파병 중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귀국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탑승한 버스가 20일 밤 대전시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1.07.20. [email protected]
C간부도 "부식들이 포장이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했다"며 "아프리카가 코로나가 창궐한 곳이어서 소독약을 뿌리고 방역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D병사는 "(보급품)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부식 박스가 훼손되거나 녹은 것도 있었다"며 "정확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지만 초반에 대부분 조리병이 걸린 걸로 봤을 때 조리병이 감염된 것"이라고 말했다.
E병사는 "(보급 받은) 계란 품질이 다른 곳에 비해 깃털이나 흙이 묻어 좀 더 더러웠다"며 "세척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집단 감염 조짐은 조리병들에게서 나타났다.
[이천=뉴시스] 김종택기자 =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B간부는 "처음에는 조리병 친구들이 감기 증상이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사람들이 1주일 정도 뒤에 증상이 나아지고 다시 요리했다"고 전했다.
신속항원검사 장비가 아니라 신속항체검사 장비를 쓰면서 코로나19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황이 승조원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B간부는 "초반에는 감기 증상자로 판단했고 감기증상자가 100명쯤 됐을 때 키트검사를 실시했다. 7월9일로 기억한다"며 "여기서 모두 음성이 떠버리면서 코로나 확률은 낮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세가 호전된 인원이 다시 임무에 투입된 정황도 파악됐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천=뉴시스] 김종택기자 =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코로나19 확산을 알고 난 뒤 철수하는 과정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B간부는 "(PCR)검사 자체는 총원이 받았는데 검사 결과가 한 번에 안 나오고 단편적으로 나왔다"며 "누가 음성인지 양성인지 몰라서 한 번도 안 아팠던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것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현지 정부가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입항을 허용하지 않아 철수가 늦어진 정황이 드러났다.
C간부는 "원래는 14일 단위로 입항했다, 부식작업도 하고 피로도도 낮출 수 있으니. 그런데 입항을 거부당했다"며 "원래 7월15~16일 입항해야했는데 입항을 거부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해외파병 중 코로나19가 집단발병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기내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2021.07.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무대왕함을 현지에 두고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승조원들은 끝까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였다.
C간부는 "배를 두고 내려야 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음성자들만 한국에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체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 하면서 울었다"며 "지휘관과 부함장은 무선으로 지시했고 함장도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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