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다회용 빨대 사용하는 이유…공연계도 '친환경 바람'
[서울=뉴시스] 연극 '렁스' 장바구니. 2021.08.15. (사진 = 연극열전 제공) [email protected]
환경·세계·지구에 대해 고민하는 연극 '렁스'(9월5일까지 아트원씨어터2관)는 손수건·에스텐 텀블러·장바구니 등 친환경 MD 등을 대거 선보였다.
손수건은 염소 표백을 하지 않아 목화씨 가루가 남아있는 친환경 원단으로 손수건을 제작했다. 에스텐 텀블러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에스텐은 무독성 원료로 환경호르몬 및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젖병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친환경 소재다. 지속가능한 소비가 될 수 있도록 세척솔을 세트로 포함했다.
장바구니는 일반적으로 MD를 구매하면 비닐봉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기획한 상품이다. 비닐봉투가 모이면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된다.
'렁스' 제작사 연극열전 관계자는 "장바구니에 공연 MD 상품만을 담는 것이 아닌, 마트나 편의점 등 실생활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랐다"면서 "'렁스'가 환경과 지구 그리고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인 만큼, MD 역시 환경 보호에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전했다.
조승우·오만석·이규형·고은성·뉴이스트 렌 등 스타들을 대거 앞세운 뮤지컬 '헤드윅'(10월3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도 친환경을 위해 나섰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헤드윅' 캠페인. 2021.08.15. (사진 = 쇼노트 제공) [email protected]
이와 함께 무대 위에서도 배우들이 다회용 빨대와 텀블러를 이용, 일회용품 줄이기에 힘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 흥행한 뮤지컬 '위키드'도 친환경 캠페인을 펼쳐 호응을 얻었다. 친환경 오리지널 굿즈로 구성된 '포 그린 패키지(For Green)' 출시, WWF 세계 자연 기금과 함께한 어스 아워 캠페인, 티켓 봉투·프로그램을 친환경 소재 및 방식으로 제작했다.
사실 공연계는 최근 몇년간 대형 뮤지컬과 오페라 등의 화려한 무대 세트를 보관할 곳이 없어 폐기처분하는 등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코로나19 시국 이후 세계가 환경 문제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공연계도 적극적인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공연 관객의 주요층인 MZ세대는 평소 친환경·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공연계가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돌파해나가고 있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헤드윅' 조승우. 2021.08.03. (사진 = 쇼노트 제공) [email protected]
이 가운데 작년 말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한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연극 '오직 관객만을 위한 두산아트 센터 스트리밍서비스공연'(오센스)은 종이 아끼기 등의 차원에서 프로그램북을 선주문 받아 후제작해서 배송했다.
실제 공연 전이나 초반에 제작되는 리플릿이나 프로그램북 중에서는 많이 제작돼 버려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다만 공연을 관람할 때 프로그램북 등이 없으면 공연에 대한 이해를 돕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생긴다.
'오센스' 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연 관련 내용을 아카이빙 웹사이트에 담았다. 1~3단계에 걸쳐서 기획의도, 작업자의 글, 리뷰 등을 공개했다.
'오센스'에 참여한 김진이 PD는 "특히 '오센스'는 코로나19 맥락이 중요했던 공연이었고,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 공연 일정이 연기되는 등 첫 공연 바로 직전까지 다양한 변수가 있었다. 관객을 만나고 나서 배우와 스태프 분들의 경험 역시 함께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웹사이트는 공연 종료 후 폐쇄했고, 아카이빙 자료를 실제로 소장하고 싶은 분들께만 아카이빙 북을 제작해 배송했다"면서 "북파우치까지 만들었는데 거의 책한권의 분량이 나와 소장자료로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연극 '오직 관객만을 위한 두산아트 센터 스트리밍서비스공연'. 2021.08.15. (사진 = ⓒ혜영 제공) [email protected]
이미 대중음악 콘서트업계는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9년 환경 문제로 투어를 다니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같은 해 영국 트립합밴드 '매시브 어택'은 기후 변화 연구소와 제휴, 라이브 음악 산업의 탄소 배출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 미국 Z세대의 아이콘인 빌리 아일리시는 다가오는 월드투어에서 환경 단체인 리버브(REVERB)와 협업한다.
내한공연 등이 역시 많은 공연계도 투어를 할 때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몇차례 오리지널 투어를 개최한 관계자는 "대중음악과 달리 아직 뮤지컬 공연 투어에서 환경문제는 크게 고민하지 않은 상황인데, 세계적 흐름에 따라 논의해야 할 상황이 올 거 같아 여러 이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나름 동참하는 관객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대문구에 산다는 대학로 공연 마니아인 30대 회사원은 "대학로에 갈 때나 집에 돌아올 때, 차를 끌고 가는 대신 따릉이를 타고 움직이려고 한다"면서 "환경 보호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친환경 행동을 하는 공연을 더 보려고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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