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피지기]젊은층에 문턱 낮춘 특공…기회인가 희망고문인가
11월부터 고소득 맞벌이·무자녀 신혼·1인가구도 청약
청약 과열인데다 추첨제는 후순위라 당첨 확률 낮아
공급 확대 없이 문턱만 낮춘 특공 개편은 '그림의 떡'
올해 2월에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소득기준을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60%(맞벌이)까지 완화한 데 이어 오는 11월부터는 1인 가구와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도 민간분양 아파트 특공에 청약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공 물량의 30%에 한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무자녀 신혼부부와 1인 가구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골자입니다.
그동안 대기업·중견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흙수저' 부부는 청약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이를 달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소득 기준만 따져왔던 특공 청약에 자산 기준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의 160%를 초과하는 사람에 대해선 자산기준(부동산 가액 약 3억3000만 원 이하)을 적용하는 이른바 '금수저 특공' 방지 대책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청포족도 특공 청약길이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아쉽게도 이를 통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민간건설사가 주택을 공급할 때 신혼부부 특공은 전체 공급 물량의 20%, 생애최초 특공은 전체 공급 물량의 10%를 배정할 수 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공은 각각 4만 가구, 2만 가구 물량이 나왔는데, 여기에서 각각 30% 물량에 대해서 추첨제로 뽑는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물량은 약 1만8000가구 가량 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것 같지만 청약 제도를 뜯어보면 고소득자들의 당첨 확률은 떨어지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신혼부부·생애최초 공급비율은 1단계 우선공급(50%) 소득기준 130% 이하, 2단계 일반공급(20%) 소득기준 160% 이하, 3단계 신설(30%) 소득요건 미반영 등 3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우선공급 대상자와 일반공급 대상자에게 70%를 공급한 후 여기서 탈락한 사람과 나머지 추첨 대상자를 합쳐서 30%를 놓고 추첨을 하는 것입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무자녀 신혼부부, 1인가구, 고소득자는 당첨 확률이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청약 시장은 워낙 과열 돼 있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경쟁률 자체가 매우 높습니다. 서울의 경우 300대 1을 넘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또한 앞으로 1인 가구 등 많은 사람들이 청약대열에 참여하게 돼 경쟁률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청약은 정해진 물량 내에서 새롭게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늘어나면 다른 한 쪽은 물량이 줄어들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청약 제도를 자꾸 바꾸면서 많은 이들에게 청약 당첨 기회가 주는 게 어쩌면 희망고문 대상자만 늘리는 결과 일 수 있습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지난 16일 특별공급 비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에 "이 비율(특별공급)을 확대하는 건 기존 청약통장을 불입하면서 기다려온 일반공급 대기수요가 있어서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한 것도 청약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결국 공급이 늘어나야 전반적인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고, 주택을 원하는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는 상황입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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