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이기주의]없어서 못파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이유 있었네"
노조, 해외생산 거부…노노갈등에 국내 생산 협의도 고전
[울산=뉴시스]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제공)[email protected]
현대자동차는 팰리세이드를 연간 2만대 가량 증산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지만 인기차종을 다른 공장에 넘기지 않겠다는 노조 내 '공장 이기주의'와 노노갈등에 부딪혀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차 시대로 접어들며 기술 혁신과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맞춰 유연한 생산에 나서야 하지만 노조와의 협의가 발목을 잡으며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팰리세이드는 울산 4공장에서 생산돼 매월 6000~7000대 가량 미국으로 수출되지만 현지에서 매월 8000~9000대가 판매돼 극심한 물량 부족을 겪고 있다.
현대차 측은 이에 따라 노조에 ▲울산 4공장에서만 생산되는 팰리세이드의 공급 부족분을 미국 앨라바마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 ▲울산 4공장에서 만들던 스타리아를 전주공장으로 넘기고 4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2만대 가량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할 경우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현대차 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팰리세이드 미국 생산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공장 증산 역시 노조 내부의 갈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울산4공장 노조는 스타리아의 전주공장 이관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 팰리세이드가 잘 팔리고 있지만 향후 인기가 시들해질 경우에 대비해 인기차종을 최대한 많이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4공장 노조는 지난 14일 대의원 비상간담회를 열어 노조 지도부의 설득과 전주공장 노조의 호소에도 불구, 기존 생산 차종을 절대 다른 공장에 넘길 수 없다고 잠정 결론냈다.
물량난에 허덕여온 현대차 전주공장의 경우 스타리아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전주공장은 버스, 트럭 등 상용차를 연간 10만여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지만 지난해 3만6000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일부 직원이 전환배치되는 등 고용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리아를 전주공장에 넘기고 울산4공장이 팰리세이드를 생산할 경우 생산물량을 해외에 넘기지 않고, 전주공장도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전북도의회 송지용 의장은 이와 관련, 지난 23일 "현대차 전주공장의 경우 수년째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지만, 상용차시장 수요 한계로 뾰족한 돌파구가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사는 물론 노노간 상생 방안으로 울산에서 생산 중인 스타리아와 팰리세이드 생산 설비를 전주공장에 갖춰 물량을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울산4공장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 지도부는 추석 연휴 직전 스타리아를 계속 4공장에 맡기고 팰리세이드 2만대분을 전주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 측은 전주공장이 상용차 생산에 특화돼있어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전주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만들려면 공장 설비 개조를 해야 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적시 증산도 쉽지 않다.
현대차 노사는 집중 협상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노사가 팰리세이드 증산과 전주공장 물량 부족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시대로 접어들며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증산이 필요한 차종에 대해서 노조 이기주의 보다는 대의 차원에서 다양한 것들을 검토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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