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오징어 게임', 한국은 시들한데 해외서 난리 난 이유
[서울=뉴시스] 오징어 게임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D.P.'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1화를 보자마자 끊을 수 없어 전편을 몰아 보고 새벽에 잠든 후 다음 날 겨우 일어나 출근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은 '배틀로얄', '종이의 집' 등 서바이벌 데스(주고 죽이는) 게임 류의 장르를 베꼈을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에 더해 "1부만 보다 껐다", "2부까지는 참았지만 재미 없어서 껐다"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 최초로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 23일에는 넷플릭스 '전 세계 오늘의 톱1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9일 집계 대상 국가 83곳 중 80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영상 콘텐츠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오징어 게임'의 신선도 지수(평론가 점수)가 한때는 10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 관객의 평점을 보여주는 팝콘 지수는 88%를 찍었다. 또 다른 평점 사이트 아이엠디비(IMDb)에선 10점 만점에 8.3점을 기록했다. 모두 상당히 높은 점수대다.
전 세계 주요 외신도 '오징어 게임'에 대해 호평 일색으로 도배했다. CNN은 "'오징어 게임'이 화제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하는 것은 절제된 표현"이라며 '오징어 게임' 흥행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서 드러났던 것과 매우 같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요 영화매체 데드라인은 "'오징어 게임'이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의 이정표를 세웠다"며 "미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비영어 콘텐츠 인기가 커지면서 '오징어 게임'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옥 같은 호러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분석했다.
인기요인1: 빈곤 문제라는 보편적 주제
[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사진=넷플릭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빚에 쫓기는 이들이다. 이들은 첫 번째 게임에서 실패한 이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다수결에 따라 게임을 그만둘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게임장을 떠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이내 게임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만큼 현실은 죽음이 도사리는 게임장보다 더 지옥 같다. 이를 그리는 2편의 부제는 '지옥'이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극에서 다루는 빈곤의 문제에 감정 이입하거나 이러한 사회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절묘한 묘사에 감탄하며 극에 빠져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의 배경은 오늘날 한국의 매우 실질적인 부의 불평등이다. 비교하기에 가장 가까운 것은 2019년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시대 정신을 다룬 영화 '기생충'"이라며 "두 작품의 공통점은 계급 분열이 나타나고 유혈 결말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외국에선 '오징어 게임'을 '기생충'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상을 비판하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짚었다.
인기요인2: "적절히 자극적이고, K-감성까지 들어가 있잖아!"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다수 제작돼 인기를 끈 바 있는 한국이지만 '생존'을 목표로만 해서, 서로 처절하게 찌르고 쏘고 시뻘건 피를 쏟는 잔인성을 2시간('오징어 게임'의 경우, 약 9시간)이나 참아야 하는 것은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고역일 수 있다.
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국인들에게 '종이의 집'의 인기만큼이나 '오징어 게임'은 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콘텐츠였을 것이다.
여기에 외국에선 없는 주요 스토리 이외에 각각의 캐릭터에 부여된 인물의 배경(K-드라마의 클리셰 중 하나, 때로는 신파로 연결돼 시청자를 이탈시키는 요인이 된다)은 외국 시청자들에게 참신한 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 시청자들 중에 '오징어 게임'을 즐긴 시청자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왜 상대적으로 국내서 인기가 시들했나…"시청 관점이 약간 달라"
그는 "한국의 시청자들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본다. '이런 표현까지 해도 되나' 이런 것을 본다. 한국에선 특히 성폭력 사건이거나, 그런 것에 대한 감수성이 외국인보다 남다를 수 있다.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되게 강해졌다. 그런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현상이 지닌 의미도 덧붙였다.
정덕현 평론가는 "평가라는 게 정답이 없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평가는 달라진다. 입장에 따라서도 평가가 달라진다. 호불호 관련된 거는 취향과도 관련된다. 기존의 로컬(한국)에서 반응이 있다고 해도 글로벌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이 작품은 좋은 거야. 나쁜 거야'라고 나눠서 보는 시각이 익숙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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