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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무솔리니처럼 불가능한 꿈을 좇고 있다

등록 2022.03.11 13: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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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집권하면서 외교적으로 큰 성공을 거듭했지만

소련 영광 부활에 걸맞는 경제 성장 일궈내지 못해

키이우 상공에 러시아 국가가 나부낄 일은 없을 것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원격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3.11.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원격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3.1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행운과 재능 덕분에 과도한 평가를 받아왔다며 취약한 러시아 경제를 감안할 때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푸틴의 꿈은 신기루일뿐이라고 지적하는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뉴욕 바드칼리지 외교관계 석좌교수 월터 러셀 미드가 쓴 칼럼 요약이다.

러시아는 국제 제재를 당하고 있고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진흙 수렁에 빠져 있다. 반면 러시아군은 느리지만 진격하는 중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를 지지하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조건을 일부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에 취약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푸틴은 과소평가된 천재인가 아니면 거듭된 행운에 취해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어릿광대에 불과한가?

역사상 푸틴과 같은 인물이 또 있었다. 베니토 무솔리니는 이탈리아를 20년 동안 지배한 정치운동을 이끈 지도자다. 그가 주도한 파시스트 운동은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지지자가 많았고 독일과 일본에서도 모방됐다. 무솔리니는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해방 이후 유럽에서 의회민주주의가 "방종"하는 것을 막는 선도자였다.

그러나 무솔리니에게는 약점이 있었다. 로마제국을 재건한다는 정치적 야심은 실현불가능한 것이었다.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치 세력을 구축했고 이디오피아를 정복하고 프랑코 총통이 스페인 내전에서 승리하도록 지원한 그였지만 이를 통해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무솔리니처럼 푸틴은 오래도록 성공을 거듭해왔다. 체첸 전쟁은 추악했지만 러시아 연방 해체를 막고 이탈하려는 지방을 통제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소수 재벌이 장악한 러시아 정계에서 푸틴은 이들을 교묘히 조종해 러시아에 적수가 없는 지도자가 됐다.

국제관계에서도 러시아의 힘을 복원했다. 소련 붕괴 이후 무력하고 약했던 국가가 노련한 외교와 가혹한 무력 사용을 통해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조지아를 가입시키는 걸 저지했다. 2014년에는 크름반도를 합병하고 돈바스 지역을 침공했지만 분열된 서방은 제재를 시늉만 했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실패를 악용하면서 제재를 묵살해온 푸틴은 시리아 전쟁에서 친러시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뒷받침해 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우습게 만들었다.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새 역할로 중동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이스라엘은 물론 아랍 산유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바그너그룹 등 용병조직을 활용해 리비아와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고 프랑스를 말리에서 축출했다. 첨단 대공미사일을 터키에 판매해  NATO 회원국들 사이에 틈새를 만들었고 이탈리아, 헝가리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응집력을 약화시켰다.

무솔리니처럼 푸틴은 재능이 부족한 서방 지도자들을 만나는 덕을 봤다. 냉전 이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러시모어산에 조각이 새겨진 대통령이 한 사람도 없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프랑세즈 올랑드와 같은 유럽 지도자들은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손에 쥔 패는 별볼일 없었지만 푸틴은 잡다한 이들을 갈라치고 어지럽히면서 유럽의 서구 질서를 위협해 러시아를 초강국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무솔리니가 그랬듯 외교와 군사적 승리로 불가능한 꿈을 이룰 순 없는 법이다. 무솔리니는 독일과 영국에 맞먹는 군사력을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경제가 성장하도록 가꾸지 못했다. 푸틴의 성공이 가진 한계다. 20년 동안 권좌에 있으면서 푸틴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초강국에 걸맞도록 성장시키지 못했다. 그의 권력과 정책의 기반이 이처럼 취약하기에 그의 외교 정책은 푸틴이 외치는 블러핑에 상대가 콜을 하고 나서면 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푸틴이 자신이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큰 먹이를 베어문 꼴이다.

푸틴은 기껏해야 러시아가 소련 시절의 초강대국 지위를 복구하겠다는, 전략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재주많은 전술가밖에 안된다. 그런 지도자들은 불가능한 목표를 추구하기에 자제할 능력이 없다.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인구감소, 현대적이고 역동적이지 못한 경제 때문에 러시아 국기가 키이우(키예프)에서 나부낄 일은 없는 것이다.

푸틴과 같은 사람을 파악할 때 저지르는 두가지 잘못이 있다. 하나는 그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그가 문제를 일으키는 재주가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하는 일이다. 두번째는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조용하게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이다. 서방은 두가지 실수를 모두 저질렀다. 이번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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