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금지 강행②]코로나 호황 속 새벽배송·배달업계 발 '쓰레기 폭탄'
새벽배송앱서 장보면 다음날 아침 문 앞에 거대 박스더미
배달음식 이용자 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 급증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서울 성수동에 사는 주부 이 모씨(37)는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장보기 물품들을 정리할 때마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 콩나물 한 봉지와 우유 한 팩을 시켰는데도 사과 상자만한 종이상자에 제품이 들어 있다. 이 씨는 "배달 온 물건들을 정리한 뒤 포장 용지를 버릴 때마다 내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온라인 쇼핑과 배달 확산이 포장 쓰레기 폭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배출량은 이전보다 더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선별장 처리량은 종이류는 25%, 플라스틱류 19%, 발포수지류 14%, 비닐류 9% 각각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하며 신선식품 위주로 판매하는 새벽배송 업체들의 포장 쓰레기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온라인으로 5만원어치 장을 보고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거대한 박스들이 문 앞에 놓여있다. 어떤 박스엔 제품 하나만 '덜렁' 들어있기도 하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스티로품과 아이스팩 사용량도 상당하다. 스티로폼은 분해되는 데만 500년이 걸리며, 아이스팩은 고흡수 폴리머 성분이어서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켓컬리의 경우 2020년 판관비 2800억원 중에서 포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780억원에 달한다. 전체 직원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모두 합친 비용이 600억원 정도인데 포장비가 이보다 30% 정도 더 많은 셈이다. 마켓컬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재사용 보냉박스인 '컬리 퍼플박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로켓프레시'를 운영하는 쿠팡도 마찬가지다. 보랭백 '프레시백'과 종이박스를 활용하며 쓰레기 최소화에 나섰지만 두 업체 모두 보랭백 회수 자체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새벽배송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24.1%(289명)가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과대포장’을 꼽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새벽배송 업체들이 여러 번 쓸 수 있는 보냉가방을 제공하고, 종이박스 회수와 분리배출 가능한 소재 사용으로 친환경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포장 쓰레기 과다 배출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이 늘면서 배달 업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배달 음식에 일회용 용기 사용이 급증하며 플라스틱 포장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각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문제점을 깨닫고 개선에 나섰지만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배달음식 용기는 음식점들이 자신들의 메뉴 특성에 맞는 용기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업체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들린다.
배달업체 한 관계자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스테인레스 같은 다회용기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회용기 사용은 그릇 수거를 위해 라이더가 고객 집을 한번 더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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