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부대 움직임 평상시와 동일…"아직은 걱정 안해도 될 듯"
미 수백대 인공위성 영상에 이상 움직임 포착 안돼
NYT '아직은 핵전쟁 가능성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
러 지도자 유고시 벙커 속 하급장교가 발사권 장악
[워싱턴=AP/뉴시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우려에 대해 '발생 가능한 비상사태'라고 평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동맹국과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03.2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당초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은 채 퇴각했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고 이미 핵무기 사용을 경고한 그가 핵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미국의 러시아 핵무기 사용 감시 체제를 소개하면서 아직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 2월말 푸틴 대통령이 자국 핵무기를 "특별전투대기"에 들어간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의 감시체계가 고도의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수백대의 인공위성과 기타 민간 및 연방 우주 자산이 러시아 폭격기, 미사일, 잠수함과 핵탄두 저장고의 활동 증가 여부를 추적했다.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영상 분석가들이 말한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당국자들도 러시아가 핵전쟁을 준비한다는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우리 핵 대비태세를 변경할 정도의 움직임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핵감시체계는 여전히 작동중이다. 러시아는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소규모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술을 오래도록 훈련해왔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이 냉혈한 본색을 드러내 우크라이나에서 퇴각한 뒤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가 핵전쟁을 준비하는 경우 폭격기들을 분산 배치한다. 적군으로부터 공격 당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 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책임자 한스 크리스텐센은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1962년 미국의 첩보 위성이 러시아가 쿠바로 미사일과 핵탄두 158개를 이동시킨 것을 파악하지 못한 뒤로 미국의 우주정보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 현재 수백개의 공공 및 민간 영상 위성들이 지구 전체를 샅샅이 뒤져 작황을 평가하고 도시 지도를 그려내며 산림을 보호화고 핵보유국의 비밀 움직임을 잡아낸다.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 핵탄두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맥사르, 카펠라 스페이스, 플래닛 랩스 등 민간 미국 위성회사들이 러시아 핵부대의 근접 영상 수백장을 제공하고 있다. 플래닛 랩스 한 회사만도 군사지역을 살피는 인공위성 2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푸틴이 핵위협을 제기한 직후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러시아 핵잠수함 2척이 북서쪽에 있는 항구에서 출항한 것이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 익스프레스가 "전략 대비태세"라는 제목으로 경고했다. 이 기사는 전문가들이 잠수함 출항이 일상 훈련의 일환으로 파악해 주목을 끌지 못했다.
미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미들버리국제연구소의 위성영상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와 마이클 두츠먼은 러시아 핵잠수함을 계속 추적했다. 핵잠수함의 움직임에서 핵전쟁대비태세 강화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통상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의 절반 가량이 계획에 따라 항해하며 나머지는 부두에서 정비를 받는다. 분석가들은 빈 부두가 늘어나는 것을 경고 징후로 본다.
루이스 박사는 러시아 북극해의 가드지예보에 있는 대규모 잠수함 기지를 주시했다. 미들버리 연구자들은 지난달 7일 촬영된 플래닛 위성 영상에서 가드지예보 부두에 4척의 잠수함이 정박한 것을 확인했다. 두츠만 박사는 기지 전체를 촬영한 다른 영상에서 실전 배치 잠수함 전체가 항구내에 머물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그들이 핵공격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징후였다. 그는 "핵태세가 강화되면 이중 몇 척은 바다로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미들버리팀은 또 시베리아 평야지대에 있는 군사기지 영상을 분석했다. 반격용 장거리 미사일을 실은 이동발사차량이 시골길을 따라 기동하는 지역이다. 두츠먼박사는 지난달 30일 구름을 뚫거나 야간 촬영이 가능한 카펠라 레이더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 이례적 움직임이 없었다고 했다.
미들버리팀은 마지막으로 남부 볼가강 근처 사라토프-63을 살폈다. 러시아 공군과 장거리미사일용 핵탄두를 저장하는 곳으로 폭격기 기지가 근처에 있다. 플래닛 위성이 지난달 6일 촬영한 영상에서 핵대비태세 강화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두츠먼 박사가 밝혔다.
1998년 미 고위 장교가 사라토프-63의 지하 벙커를 살펴보고 초강력 핵탄두와 전술핵탄두가 함께 보관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력이 히로시마 투하 핵폭탄보다 크게 작은 전술핵무기는 재래식무기와 핵무기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아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러시아의 핵공격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핵무기 "특별전투대기" 선언 이후 추적한 증거들에 입각해 그 명령이 핵무기를 준비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핵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신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 무기전문가 바벨 포드빅은 푸틴의 지시가 러시아군에 핵무기 사용 명령에 대비토록 하라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련 외교관으로 핵감축협상을 담당했던 니콜라이 소코프도 "지휘체계에 대한 신호로 단지 '주목하라. 명령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들버리연구소 루이스 박사는 푸틴의 지시로 분산된 군대에 명령을 전달하는 군요원의 역할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이유가 벙커 상주 인력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핵대비태세 강화의 표준적 패턴이 훈련이라면서 더많은 사람들이 기지 유지보다 전쟁 준비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출신으로 존스홉킨스대에서 강의하는 마크 로웬탈 박사는 러시아의 긴장 고조 과정에서 사람의 문제가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핵무대의 반복적 움직임을 근거로 정상적인 선이 어딘지를 정할 수 있지만 문제는 내부적 움직임"이라면서 "위성 영상으로는 건물과 벙커 안에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발간한 책에서 러시아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반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전쟁대비태세 강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러시아 핵발사 권한이 벙커안에 들어가 있는 하위 장교의 손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현재도 이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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