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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혐오·차별로 변질 우려…"방역에 도움 안돼"

등록 2022.06.15 06:01:00수정 2022.06.15 06: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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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초기 명칭 논란…흑인 사진 보도 문제제기도

성소수자 감염 부각도 문제…"성접촉 국한 발병 아냐"

당국도 대응 고민…"과도한 개인정보 노출 조심해야"

"낙인찍기 되면 추적 어려워져…희생양 삼기 피해야"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최근 해외에서 원숭이 두창 감염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우즈베키스탄발 탑승객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원숭이 두창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7.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최근 해외에서 원숭이 두창 감염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우즈베키스탄발 탑승객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원숭이 두창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코로나19에 이어 전세계적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원숭이두창도 특정 지역이나 인종, 성적 지향과 관련한 낙인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혐오 정서는 방역정책에도 장애물로 작용하는 만큼 당국도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의 공식명칭 변경을 검토 중이다. 현재 명칭은 질병명에 특정 동물 이름을 넣지 말라는 WHO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앞서 30여개 국가 과학자 단체는 "원숭이두창이라는 명칭은 차별적이고 낙인찍는 효과가 있다"며 "명칭을 긴급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병명은 원숭이가 감염원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원숭이두창은 1985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런 이름을 얻었지만, 현재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가 주감염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다.

질병 명칭에 대한 논란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초기 때도 불거진 바 있다. 공식명칭이 없던 가운데 '우한 폐렴' 등으로 불리며 중국인 혐오 현상이 나타났다. WHO는 같은 해 2월 "질병 이름이 부정확해지거나 낙인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코로나19'라는 공식명칭을 신설했다.

원숭이두창의 전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프리카 풍토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아프리카 외신협회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유럽, 미국 내 원숭이두창 발생 관련 보도에 흑인 사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원숭이두창은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인종이나 피부색이 이 질병의 얼굴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전세계 32개국에서 누적 1472명이 감염됐다.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영국에서 발병보고 당시 성소수자 감염 사례가 부각되면서 동성애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초기 발병자 중 성소수자 감염 사례가 많았고, 영국 보건청도 이같이 발표했다. 그러나 가족 간 감염이나 여성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동성 간 성 접촉을 감염 원인으로 규정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WHO는 "원숭이두창은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에게만 국한돼 발병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국도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환자가 나올 경우 이런 낙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과거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 때 확진자 동선 공개 등으로 아웃팅(타의에 의해 성소수자임이 밝혀짐)을 당하는 등 사생활침해 논란이 있었는데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지적에 "방역이 비교적 성공했다고 평가하지만 그 부분은 아픈 부분이다.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은 수정돼야 한다"며 "원숭이두창 대응 관련해서 접촉자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돼 피해가 가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경우 피부병변 가피 탈락 등 감염력이 소실될 때까지 격리입원 치료를 받게 할 예정이다. 또 확진자의 증상발현 21일 이내 접촉한 동거인, 성접촉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 21일 간의 격리를 검토하고 있다.

성소수자가 감염 경로라는 인식 때문에 의심 증상자가 검사나 치료를 피하면 숨은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 소수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되면 접촉자 추적도 잘 안 되고 숨기게 될 것"이라며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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