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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피지기]월세거래량, 전세 추월…전세제도 사라지나

등록 2022.06.18 07:30:00수정 2022.06.18 07: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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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임대차거래 10건 중 6건은 '월세'

"비싼 대출이자 내느니 월세 내자" 신풍속

전세 안 없어지는 이유?…보증금 못 돌려줘

서민 주거안정 기여·집값 폭등 주범 '두 얼굴'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전체 임대차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는데요. 이러다간 전세계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34만9073건 중 월세 거래는 20만1621건으로 전체의 57.8%를 차지했습니다. 월세 거래 비중은 1월 46%, 2월 48.8%, 3월 49.5%에 이어 4월 50.1%로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선 데 이어 5월 60%에 육박한 것입니다.

이처럼 월세 거래가 급증한 데에는 월세를 내고 싶은 세입자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저금리 시대에는 무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전세살이를 하는 것이 내 집 마련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으로 추천됐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사느니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를 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세입자가 늘어났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전셋값 상승입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3법이 도입됐지만, 전세매물이 감소하고 집주인들이 4년 치 전셋값을 한 번에 올려 받으려 전세가가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전세보증금을 시세대로 맞추려면 몇 억원이 더 필요해지다보니, 차액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진 겁니다.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금리 상단은 5%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2% 수준이라 대출을 더 받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다가 정말 전세가 사라지는 것일지도 궁금해집니다. 전세의 월세화는 계속 진행되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전세 제도가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갭투자를 위해 전세를 낀 집주인의 경우, 돌려줄 돈이 없어서라도 전세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주택 전월세 보증금 규모 추정 및 잠재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부채(임대차보증금) 규모는 2018년 710조, 2019년 782조, 2020년 850조로 매년 확대됐습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에게 있어 일종의 '무이자대출'인 만큼 공짜로 빌린 목돈을 세입자에게 모두 돌려주고 월세만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겁니다.

또 현재는 단기간 금리가 급상승하다보니 전세대출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월세 수요가 계속 커지면 전월세전환율도 대출금리와 비슷하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월세보다는 전세대출이자가 저렴해 질 수 있습니다.

전세 제도는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사다리로서 오랫동안 작용해 왔습니다. 계약이 종료되면 보증금의 전액을 돌려받으니 어떻게 보면 남의 집에 공짜로 사는 셈이죠. 하지만 세입자에게만 이득인 제도였다면 계속 지속될 수 없었을 겁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적은 돈을 가지고도 전세금으로 부족한 돈을 충당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으니 양측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세제도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우리 주택시장에서 집주인이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해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한 긍정적 평가가 있습니다. 반면 사인간 금융거래가 '갭투기'의 지렛대로 활용되면서 집값을 밀어올린 만큼 사라지는 게 맞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일종의 '양날의 검' 혹은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제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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