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2만명 근접' 재유행 시작?…전문가들도 아리송[6차유행 조짐①]
6월 말부터 증가세…이번주 들어 '더블링' 현상 지속
재유행 시기 앞당겨지나…정부, 13일 중대본서 논의
"'면역회피' BA.5 우세종 될 것…이미 6차 유행 시작"
"위중증 증가 추세가 중요…해외서도 미미하게 증가"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1만9323명으로 집계된 지난 8일 대구 동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PCR 검사를 받고 있다. 2022.07.08. [email protected]
정부와 방역 당국은 오는 13일 중앙재난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최근 증가세를 '재유행'으로 볼지 판단하고, 이에 따른 대응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3~8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1만5277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 6월26일~7월1일 일 평균 확진자 수 8193명에 비해 86.5% 증가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15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주 들어 증가 추세로 전환됐고 이후 증가 속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닷새간 일일 확진자는 전주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확진자 수는 이번주 월요일 6253명으로 일주일 전(3423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화요일(6월28일 9894명→5일 1만8147명), 수요일(6월29일 1만455명→6일 1만9371명), 목요일(6월30일 9591명→7일 1만8511명), 금요일(9523명→1만9323명)으로 더블링을 이어갔다.
오미크론 유행이 지난 3월 중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던 확진자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선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해외유입 확진자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한 요인으로 꼽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BA.5 변이는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BA.2 변이보다 전파력이 35.1% 빠르고, 면역 회피 성향도 높다.
BA.5 검출률은 6월2주에는 1.4%에 불과했지만, 약 한 달 만인 6월5주에는 28.2%까지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 국가처럼 BA.5가 우세종이 되면서 감염 사례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7.08. [email protected]
또 오미크론 유행에 따른 감염과 백신 예방접종으로 얻은 면역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걸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올 가을께 유행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재유행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상황을 새로운 유행의 시작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아직은 2만명 규모에 불과하나 돌파감염, 재감염 위험이 큰 BA.5 특성을 고려할 때 확진자가 10~20만명 규모로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첫 번째 관측이다.
앞서 BA.5가 우세종이 된 미국에서 지난 5월부터 매일 10만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일일 확진자가 20만명을 돌파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신규 확진자가 2만명 가까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2~3배는 될 것"이라며 "검사를 받지 않거나 자가진단키트에서 음성으로 나온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초기에 제동을 걸어야 정점이 오는 시기를 늦추고 확진자 규모를 낮출 것"이라며 "이미 6차 유행은 시작됐고 BA.5가 우세종이 될 텐데 다음주에 회의를 해서 대응하는 것은 뒷북"이라고 꼬집었다.
[인천공항=뉴시스] 김근수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6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지난 7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2.07.07. [email protected]
오미크론 유행으로 약 1800만명이 자연면역을 형성한 만큼 새 변이가 우세종이 돼도 확산이 제한적이고, 위중증률도 높지 않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유행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두 번째 관측이다.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 사이 2배가 뛰었지만, 위중증 환자는 6월 중순 이후 계속 두 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2~3주 동안 위중증 환자가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중요한데, 해외 사례를 봐도 확진자 수는 늘지만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는 다소 증가하는 정도"라고 짚었다.
백 교수는 이어 "위중증 증가 추세가 미미하다면 확진자가 5만명이든 10만명이든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더라도 의료체계에 큰 부담이 가지 않는 흐름으로 가는 게 엔데믹"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경우 위중증 환자가 지난 5월 초 1만4000명대에서 점진적으로 늘어 지난 3일 기준 3만명 정도로 늘었다. 이 기간 미국에서 매일 10~20만명 규모 신규 확진이 발생한 점에 비춰보면 위중증으로 진행되는 사례는 많지 않고, 최근 한두 달 동안 10만명대 확진자가 나온 프랑스, 영국, 독일 등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일 확진자가 최대 62만명을 기록했던 오미크론 상황과 비교해보면 아직은 확진 규모로만 봐도 유행 상황이라고 판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뉴시스와 통화에서 "오미크론으로 한 번의 대유행이 왔고, 또 그 정도 유행이 온다면 두 번째 대유행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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