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화가 강요배 "그림은 입체적 경험 교묘하게 압축하는 행위"
학고재서 4년 만에 개인전...'첫눈에'
[서울=뉴시스]강요배, 중향성(衆香城),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197x333.3cm 사진= 오권준. 학고재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강요배(70)화백이 1998년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본 풍경을 20년 만에 그려냈다. 2019년에 완성한 내금강 '중향성(衆香城)'그림은 겸재 정선(1676~1759)의 실경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정선이 금강산에 올라 봉우리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면 강요배는 마음에 남아있는 풍경을 그렸다. 뭉근하게 이어진 산맥과 미색의 밝은 산봉우리들이 3m가 넘는 화폭에서 장엄함을 뿜어낸다.
"그림의 최종 결과는 2차원의 평면이지만,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2차원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공간의 경험이란 입체적인 것이지요."
강 화백은 "그림은 입체적인 경험을 아주 얇은 곳에 추상화하고 압축하는, 그것도 교묘하게 압축하는 행위"라고 했다. "몸, 피부, 냄새까지 어떻게든 느껴 봐야 얄팍한 재현이나마 가능합니다. 우리는 표현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에요. 살아가는 과정의 부산물이 표현이지.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바람 속에서 사는 게 더 중요합니다."
강요배는 자연을 그리지만 자연을 대상화하지는 않는다. 이를두고 미술비평가 이진명은 "강요배는 자신의 감정을 풍경에 투영하여 구축한 ’의경(意境)’의 세계를 화면 위에 펼쳐낸다"고 했다. "그의 회화는 서양의 인상주의 화풍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화면으로 나타나지만, 그 기저에 동양적 사고가 깊이 자리해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학고재 강요배 개인전 '첫눈에' 전시 전경.
20년 전 경험을 교묘하게 압축한 금강산 풍경화 '중향성'이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 걸렸다. 문을 열자 마자 보이는 그림은 '첫눈에' 공명한다. 아름다운 산이 아닌데, 아름답게 끌린다. 획획 그린 옹골진 힘이 전해진다.
학고재에서 4년 만에 연 강요배 개인전 제목은 '첫눈에'다. 강 화백이 ‘첫눈에’ 담아낸 그림들로 '첫눈에' 딱 좋아 보인다.
제주에서 그림만 그리고 사는 화가라는 것을 증명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그린 제주 회화등 18점을 전시한다. 3~6 m 크기 대작도 선보여 미술관급 전시 분위기다.
[서울=뉴시스]강요배, 월식, 2022, 캔버스에 아크릴, 162×112cm
올해 일흔의 강 화백은 핵심만을 드러내는 추상 화면에 가 닿기를 목표로 작업한다고 했다.
풍경을 체화한 회화. 제주의 하늘과 땅, 바다와 바람, 동식물이 그렇게 나왔다. 추상 같고 구상 같은 '강요배표 제주 그림'이다.
제주에 가면 안다. 흰 구름이 날렵한 파란 하늘, 붉은 노을, 바람에 휘둘리는 초록풀들...모든 제주 풍경이 강요배 그림으로 보인다. 전시는 9월30일까지.
[서울=뉴시스]강요배, 비천(飛天) Flying in the Sky,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27x182cm (사진 양동규 Photo by Dongkyu Yang)
[서울=뉴시스]학고재 강요배 개인전 전시 전경,
[서울=뉴시스]학고재, 강요배 개인전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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