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발표하기 무섭다…'떡락' 징크스 못피한 게임사 [사이다IT]
대작 출시 주가 급락 반복되는 게임 업계
게임 흥행성과 떠나 게임사들의 단기 매출구조에 불안한 투자자 시선
롱런 게임 수익구조·새로운 모멘텀 확보 절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올 여름 다수의 모바일 게임 신작이 쏟아진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신작의 저주’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신작의 저주’는 신작 출시에 따른 기대감에 주가가 소폭 상승하지만 게임이 출시된 직후 기대감이 빠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징크스를 말합니다.
실제 넥슨게임즈는 자사가 개발한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히트2’ 출시 직전인 지난달 23~24일 주가가 반등하며 2만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출시 당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6.88% 하락했고, 이후 구글 매출 1위를 기록한 지난 2일까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메이드 역시 올해 최고 기대작 신작 모바일 MMORPG ‘미르M’을 출시한 지난 6월23일 종가가 전일(6만7300원) 대비 1만4000원(20.8%) 떨어진 5만3300원에 장을 마감, 큰 낙폭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출시 한달이 지난 시점까지 주가는 6만원 초반대에 머물며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컴투스는 이례적으로 ‘서머너즈 워:크로니클’ 출시 당일인 지난 8월16일 종가가 전일 대비 7.5% 오른 8만9800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8만원 근처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넷마블도 신작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출시한 당일에는 주가가 1.5% 떨어졌다가 앱마켓 인기 1위를 기록하면서 다음날 소폭 반등했습니다.
신작 출시 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면 반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20일 기대 신작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출시날 주가 전일 대비 10.14%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는데요.
이후 핵심 콘텐츠인 ‘키타산 블랙’ 업데이트로 일 매출 150억원을 달성하고, 2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지난 8월3일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전 거래일 보다 7100원(13.98%) 상승한 5만79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대표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2022.07.25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게 게임주가 새 게임 출시 직후 급락하는 현상은 사실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2’, ‘리니지W’ 등 신작을 출시한 직후 주가가 각각 15%와 9% 가량 떨어졌습니다. 펄어비스도 올해 ‘검은사막 모바일’을 중국에 출시한 다음 날 주가가 약 24% 빠지며 요동 쳤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게임산업이 신작 게임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게임 출시 이전 신작 기대감과 출시 이후 흥행 여부가 주가의 키 드라이버이기 때문에,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신작 출시 후 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대부분의 게임사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가 신작 부재, 인건비와 마케팅 부담 등에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게임주 낙폭이 워낙 컸습니다. 이에 올해 6월부터 다수의 신작이 출시되면서, 주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는데요.
정작 상당수 게임사들의 주가는 신작 출시 이전보다 떨어졌고, 주가 부양에 대한 고민은 더 커졌습니다. 주가 급락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신작이 주가 반등의 키가 되지는 못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게임업계에서는 “신작 발표가 무섭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입니다. 야심차게 출시하더라도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되면서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흥행 성과를 내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도 높은 과금 모델 '페이 투 윈(P2W)'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도 커졌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다수의 게임사들이 적용해왔고, 실제 매출도 잘 나오지만, 이제 이러한 양산형 모바일 게임,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등은 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증장기적인 사업구조 개편 대신 신작게임 흥행성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게임 업계의 현실과 마찬가지 이유로 초단기 관점에서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묘하게 맞물리면서 '출시날 주가쇼크'라는 대한민국 게임산업계의 징크스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증권가는 부진한 게임업종에 대해 보다 냉철하게 또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지속 성장을 위해 콘솔 게임 등 개발에 주력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콘솔 신작 'P의 거짓'을 개발한 네오위즈는 유럽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에 참가해 한국 게임사 최초로 3관왕을 달성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지난 8월29일 네오위즈 종가는 3만8750원을 기록, 전 거래일 대비 4300원(12.4%) 올랐습니다.
올해 남은 기대 신작은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에버소울', 크래프톤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이 꼽힙니다. 넷마블은 연내 ‘모두의마블: 메타월드’, ‘몬스터 아레나 얼티밋 배틀’, ‘킹 오브 파이터즈: 아레나’ 등 블록체인 기반의 신작 3종을 비롯, ‘오버프라임(얼리억세스)’, ‘BTS드림: 타이니탄 하우스’, ‘샬롯의 테이블'등 총 6종의 신작 출시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제 신작 출시를 기점으로 모멘텀으로 삼아 매매 타이밍을 노리는 시기는 지난 것 같습니다. 결국 '게임'이 재밌고 장기 흥행에 성공한다면 결국 주가는 오를테니, 장기투자자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게임사들도 단기 흥행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사업전략과 새로운 모멘텀을 보여줘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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