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이 소형평수보다 더 싸다?…'급급매' 연속에 시세 혼란
'염리 삼성래미안' 전용 85㎡ 8억에 매매
소형평수인 전용 60㎡보다 더 가격 낮아
"아무도 집 사지 않으려 해…수요 큰 공백"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1년동안 10.5%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보고 있다. 2022.10.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최근 급격한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이상 낮은 '급급매' 거래가 성행하면서, 이른바 '국민평형'이라 불리던 전용면적 84㎡의 집값이 소형 평수보다도 저렴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염리동 '염리삼성래미안'은 전용면적 85㎡가 지난달 21일 8억원(16층)에 중개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9월 같은 평형이 15억4500만원(8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절반에 가까운 하락이다.
심지어 이는 같은 단지 내 더 작은 평수인 전용 60㎡에서 지난해 12월 기록한 매매가 12억2000만원(13층)보다도 적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34평은 호가 14억원이 최저인데, 8억원짜리는 특수거래로 보인다"거나 "8억원이 찍혔으니 이게 기준가다", "4억~5억원대에 샀을 텐데 더 낮아지기 전에 잘 팔았다"는 등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수원 매교동 '매교역푸르지오SKVIEW' 역시 전용 85㎡ 분양권이 각각 전용 75㎡(10억5475만원)와 60㎡(7얼9705만원)의 실거래가보다 더 낮은 6억5000만원(1층)에 지난 4일 거래됐다.
서울 서초구의 '신동아1차' 전용 86㎡ 또한 지난 8월 20억5000만원(7층)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가 24억5000만원(2층)보다 4억원 하락했는데, 이는 이보다 작은 75㎡의 가장 최근 거래가인 21억원(9층)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이처럼 전용 84㎡ 평형의 집값이 유독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모든 아파트 평형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한 평수인 만큼 투자수요도 많다 보니 집값 하락기에 맞춰 급매 및 하락 거래가 더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월별 거래규모별 아파트 매매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 1만9516건 중 국평이 포함된 61~85㎡대 평형의 거래량은 7704건으로, 전체의 39.47%를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전체 907건 중 61~85㎡대 평형은 248건으로 전체의 27.34% 수준이었다.
이와 더불어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변동만 집계하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살펴본 결과, 이 역시 역대 최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집계한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2.56% 하락했다. 지난 7월(-3.94%)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올해 1~8월 누적 하락률(-6.63%)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16년 만에 최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스마트폰에 의한 정보의 신속한 전달을 통해 공포도 빠르게 전염되는 특성 때문"이라며 "두 번째로는 집을 자본으로 인식하고 있는 요즘 MZ 수요자들이 아무도 집을 더 이상 사지 않게 되면서 수요의 큰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금리인상 랠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거나 집값이 빠질 만큼 빠졌다는 신호가 있어야 거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