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카카오 먹통' 부른 SK C&C 데이터센터 '특혜 논란'

등록 2022.10.27 16:54:09수정 2022.10.27 17:44:0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2.10.2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2.10.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카카오 먹통' 화재 사고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가 원래 연구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일반연구용지'에 지어진 사실이 드러나며 SK C&C가 어떻게 이 연구용지에서 '지정 용도'를 어기고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출석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SK C&C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 C&C는 지난 2012년 판교테크노밸리 일반연구용지를 분양받아 '업무시설'로 건축허가 승인을 따냈다. 연면적 2만250평 규모의 판교 데이터센터를 위해 SK C&C는 건립비용 2235억원을 투입했다.

건물을 완공한 SK C&C는 2014년 6월 사용 승인을 받아 데이터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이후 2015년 카카오 전산센터를 유치했고, 2016년에는 한국IBM과 공동으로 추가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2018년 5월에는 사업계획 변경을 통해 당초 지상 2~3층이던 데이터센터를 지상 4~6층으로 확장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용지공급지침서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 부지는 용도에 따라 ▲초청연구용지 ▲일반연구용지 ▲연구지원용지로 나뉜다. 이중 일반연구용지는 신기술이 융합된 차세대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한 연구, 실험, 개발을 위한 부지로 써야 한다. 원래부터 연구소 같은 '연구 목적' 부지이기 때문에 실거래가의 50% 정도 할인 분양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취득·등록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도 제공됐다.

SK C&C는 이 연구용지에 IT컴플렉스 2개동을 완공했다. 하지만 SK C&C는 당초 '전산실'로 운영하겠다는 이용 목적과 달리 건물 2개동 모두에 외부 고객사를 위한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명백한 지정용도 위반"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15년 카카오 전산센터 유치를 놓고 SK C&C와 경합을 벌였던 일부 기업이 "SK C&C가 일반연구용지의 원래 '지정 용도'를 위반해 이 용지를 상업용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해 쓰고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유권해석까지 내놓아야 했다. 경기도는 당시 "SK C&C가 당초 이 용지를 분양 받으며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서 확약한 지상 2~3층의 전산실 사용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그러나 "사업계획서에서 확약한 2~3층 외에 사업을 확장하거나 변경하는 등 '일반연구용지'라는 지정 용도를 위반할 경우 위약금 부과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최태원 회장과 박성하 SK C&C 대표를 국감장으로 부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SK C&C의 지정 용도 위반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2~3층만 데이터센터로 썼어야 하는데 4~5층까지 데이터센터로 쓰고 있다"며 "현재 6층도 상업용 데이터센터로 쓰기 위해 공사중인데 이처럼 건물 전체를 데이터센터로 쓰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성남=뉴시스] 김근수 기자 =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앞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2022.10.15. ks@newsis.com

[성남=뉴시스] 김근수 기자 =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앞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2022.10.15. [email protected]

윤 의원은 "SK C&C가 최초 용지 분양 당시 할인을 받고, 세제 감면 혜택도 챙겼는데 이제와서 본래 목적이 아닌 건물 전체를 데이터센터로 사용하는 것은 용도변경 승인을 거쳐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시 전산실과 데이터센터라는 개념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었지만 이같은 점을 감안해도 6개층 중 2~3층만 전산실로 사용하기로 허가를 받았던 것은 분명한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건물 전체를 데이터센터로 활용하려면 건물 전체에 대한 용도변경을 받아야 하는데 SK C&C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SK C&C의 이 같은 무리한 '지정용도 위반'이 데이터센터 확대를 불렀고, 지하 3층의 화재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지상 2~3층을 데이터센터로 써야했기 때문에 '메인전기실·UPS실·배터리실' 같은 시설들은 모두 지하층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화재 대응이 더 지체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방위 정청래 위원장이 지하 3층은 당초 주차장으로 설계됐던 공간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위원장은 "지하 3층 전기실에 불이 나서 물로 화재를 진압하려다보니 전원을 차단해야 해 전기 공급이 안된 것"이라며 "지하는 원래 전기실이나 배터리실로 사용하면 안 된다. 외국에선 (지하층의 전기실 사용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이 지하 3층에 전기실을 만든 배경을 "돈 때문"이라고 지목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하층은 용적률에서 빠지다보니 지상층은 데이터센터로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지하층에 전기실 같은 지원시설을 운영하는 게 훨씬 데이터센터 임대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SK C&C가 연구 목적이 아니라 상업용 데이터센터로 건물을 운영하다보니 굳이 지하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는 상주 근무 인원이 극히 적어 넓은 주차장이 필요 없고, 이 때문에 주차장 대신 전기실이나 다른 시설을 지하층에 둘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 분당경찰서는 성남시 판교 소재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사건과 관련해 21일 오전 10시 10분부터 SK C&C 판교캠퍼스 사무실 등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수색 중인 SK C&C 판교캠퍼스 모습. 2022.10.21. jtk@newsis.com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 분당경찰서는 성남시 판교 소재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사건과 관련해 21일 오전 10시 10분부터 SK C&C 판교캠퍼스 사무실 등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수색 중인 SK C&C 판교캠퍼스 모습. 2022.10.21. [email protected]

SK C&C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일반연구용지 할인 분양 및 세제혜택→건물 완공→지정 용도 위반→상업용 데이터센터 확대→수익 극대화→화재 사고' 수순을 밟은 것이 과연 바람직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당초 판교디지털밸리를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연구기술 중심의 업무시설 밀집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목적과 달리 데이터센터 장사를 위한 대기업에게 특혜 분양을 해줬다는 논란을 낳는다.

무엇보다 SK그룹의 최고경영진이 전 국민이 피해자인 이번 화재 수습 과정에서 이 같은 SK C&C의 태생적 한계를 제대로 몰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SK 최고경영진이 이런 사실을 실제 몰랐어도 문제고, 알았지만 몰랐다고 해도 문제"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4일 국감에서 "원래 주차장 시설이었다는 것을 몰랐다"며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SK C&C 박성하 대표도 "지하 3층 공간이 주차장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향후 개선방안을 도출할 때 감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 같은 해명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래 이 부지는 일반연구용지로 당연히 데이터센터가 아닌 연구소 같은 업무시설 목적으로 지어야 했고, 그러려면 당연히 지하 3층의 상당 부분을 주차장 용도로 설계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당장 SK C&C가 지하층들의 전기실 대 주차장 면적 비율만 공개해도 이 논란은 설명할 수 있다.

SK C&C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데이터센터 설계 당시부터 전기실은 지하에 두도록 설계됐다"며 "나중에 설계를 변경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SK C&C는 일반연구용지에도 데이터센터를 얼마든지 둘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 용지공급지침서 별첨의 유치업종 세부예시표에는 자료처리 및 호스팅 및 관련 서비스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해명에도 불구, SK C&C 데이터센터를 '자료처리 및 호스팅 관련 서비스업'의 연구 목적으로 볼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최초의 일반연구용지 목적과 달리 대기업이 이를 100% 수익목적의 상업용 데이터센터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판교디지털밸리 건립 취지에 맞느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관계자는 "일반연구용지는 연구개발을 위한 곳이 맞지만 IT업 특성상 연구용과 상업용을 명확히 규정 짓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축법상 업무시설에 전산실, 서버실 등을 설치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구축도 가능하지만 건물 전체를 100% 상업용 데이터센터로 운영하는 것은 지정 용도를 위반했다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