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골프장 연못 익사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증거 불충분"
"안전사고 예방대책 수립·시행, 법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익사 사고 책임 안전관리책임자·보조원은 업무상과실치사 송치
[무안·순천=뉴시스] 신대희 기자 = 경찰이 전남 순천의 골프장에서 이용객이 공을 주우려다 연못에 빠져 숨진 사건과 관련, 골프장 운영진에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익사 사고에 대한 책임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수립·시행해 안전 확보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8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순천 모 골프장 안전관리책임자 A씨와 경기보조원 B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다만, 골프장 운영자와 관리 책임자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B씨는 순천 모 골프장 연못 주변에 추락 방지용 울타리와 경고문을 설치하지 않거나 안전 주의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지난 4월 27일 오전 8시 51분께 연못에 빠진 50대 여성 이용객 C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B씨는 C씨가 골프공을 주으려고 일행과 떨어져 홀로 연못 주변으로 향했는데도 만류·경고하지 않았고 시설물 안전 관리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골프장 연못은 최대 수심 4m에 이르는 저류용이면서 경사형(잔디~연못 사이 수직 높이 2m가량)으로, 중심으로 갈수록 수심이 깊어져 인명사고 위험성이 있었다.
당시 보조원 B씨가 구명환을 던지며 C씨를 구하려 했지만, 깊은 수심과 미끄러운 바닥 방수포 탓에 구조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골프장 연못 익사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9조 2항 등)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 살폈으나 '혐의를 적용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중대시민재해는 원료·제조물,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재해가 발생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나오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이 나오는 등의 사고를 뜻한다. 안전사고에 대비한 인력·시설·예산·점검과 위험성 평가 책임을 소홀히 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
이 골프장은 지난해 말 골프장 카트 사고 발생 이후 전문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정밀 안전 진단을 받았고, 안전 관련 부서·인원·예산을 마련한 뒤 시설 정비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1년에 2차례 정기 안전 점검 계획(5월, 10월)을 세웠고, 재해 방지와 위험성 평가 내부 지침을 세워 업무를 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골프장이 사고 예방에 필요한 법규를 지킨 점, 인수해 운영해오면서 설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 없는 점, 관리상 결함 일부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일부 적용한 점, 10년간 연못 안전 유사 사고 형사처벌 결과 등을 종합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렵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 소홀에 따른 사망사고 책임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적용했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사례가 없어 면밀히 수사를 벌였으나 골프장 운영진이 안전사고에 대비한 인력·시설·예산·점검 등에 대한 책임을 방기했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시민재해 시설에 골프장을 적용하는 것은 과하다는 일부 유관기관의 해석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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