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학교 비정규직 파업…"빵보다 급식을 더 먹고 싶어요"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25일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빵을 배식받고 있다. 2022.11.25.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저는 빵보다 밥이 더 좋아요. 급식 먹고 싶어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25일 오전 11시 30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A초등학교의 식생활관(급식실).
평소 식생활관에는 구수한 밥 냄새와 군침 도는 고기반찬 냄새가 가득했지만 이날은 카스테라 빵과 사과맛 음료만 놓여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2학년 학생들이 줄지어 식생활관으로 들어왔다. 일부 학생들의 손에는 '혹시나 빵만 먹으면 배고프지 않으려나'하는 걱정에 아침부터 부모님이 싸준 도시락을 가져오거나, 편의점에서 구매한 듯한 삼각김밥을 들고 있기도 했다.
빵 대신 먹을 만한 음식을 따로 챙겨오지 못한 아이들은 빵을 다 먹었음에도 배가 고팠는지 선생님에게 "빵을 하나 더 가져가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수량이 정해져 있으니 빵을 더 줄 수는 없다"였다.
김모군은 "오늘 점심에 급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가 아침에 도시락을 싸줬다"며 "친구는 엄마가 바빠서 간식을 가져오지 못해 내 빵을 줬다"고 말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25일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2022.11.25. [email protected]
도시락을 가져온 윤모양은 "학교에서도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면서도 "엄마가 새벽 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서도 엄마 밥을 먹을 수 있어 좋지만, 그래도 엄마가 힘들지 않게 급식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김도연(41)씨는 "작년에도 파업이 있어서 3번은 도시락을 싸거나 따로 간식을 준비해준 것 같은데 올해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고, 한창 먹을 나이인데 아이들 먹는 것까지 피해를 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총파업에는 도내 291개교 비정규직 교육공무직 1418명이 참여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직종은 조리실무사가 898명으로 가장 많고, 돌봄 전담사 193명, 경비원·미화원·시설관리원 75명, 교무실무사 74명, 특수교육지도사 51명, 영양사 10명 등이다.
이번 파업으로 전북의 210개 학교의 급식이 중단되고, 이 중 206개교는 빵이나 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하고 4개교는 학사 일정을 조종해 급식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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